광고닫기

[정재훈의 음식과 약] 몰아 걷기와 나눠 걷기, 뭐가 좋을까?

중앙일보

2025.11.19 07:0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긴 산책 한 번과 짧은 산책 여러 번, 어느 쪽이 나을까? 하루 총 걸음 수가 같다면 한 번에 몰아서 걷는 게 틈틈이 나눠 걷는 것보다 건강상 이득이 더 크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걷기가 치매,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줄이고 뇌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는 하루 5000~7500보 걷기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높은 노인의 인지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눠 걷는 것과 한 번에 모아 걷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살펴본 연구는 드문 편이다. 스페인과 호주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국제 학술지 내과학 연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걷기 패턴과 건강 효과의 연관성을 살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평균 나이 62세의 성인 3만 3560명을 대상으로 했다. 하루 8000보 미만을 걷는 이들의 손목에 활동량 추적기를 착용해 일주일 동안 객관적인 신체활동 수준을 측정했고, 연구진은 총 걸음 수가 비슷하도록 보정해 걷기 패턴을 비교했다.

나눠 걷기가 몰아 걷기보다 혈당 조절에 유리하다. [뉴스1]
분석 결과, 걷기 패턴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 번에 15분 이상 꾸준히 걷는 사람이, 대부분의 걸음을 5분 이하로 잘게 쪼개 걷는 사람에 비해 약 10년의 추적 기간 동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80% 낮고,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은 70% 낮았다. 이런 효과는 하루 걷기 총량이 더 적은 사람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짧은 산책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신체의 심박수 조절 능력이나 대사 기능을 의미 있게 활성화하기에는 길게 걷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해석이다. 마치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어느 정도 달려야 엔진 효율이 좋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15분 이상 지속적으로 걸을 때 비로소 인체가 운동 모드로 전환되고 혈관 건강에 유익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펴볼 점이 더 있다. 최근의 다른 연구들에서는 활동량의 총합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많았다. 10분씩 3번을 운동하든 한 번에 30분을 운동하든 건강상 이점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짧은 운동을 여러 번 하는 것이 긴 단일 운동보다 혈당 조절에는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에서는 최소 10분이라는 조항이 삭제되기도 했다. 1분이라도 움직이는 게 안 움직이는 것보다 낫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언뜻 상충해 보이는 이들 두 가지 건강 정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보다는 1분이라도 짬을 내어 걷고 움직이는 게 좋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한 번에 10~15분을 걸어보자. 걷기가 약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