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한겨울도 추스르는 몸이 있다.
녹슨 칼을 닦듯 깊고도 푸르른 눈빛
턱없이 바람만 걸려 소리 내어 울고 있다.
그 오랜 싸움 끝에 지쳐 돌아온 군단
도무지 꺾이지 않는 전의만 서려 있고
무거운 정적을 깨며 새떼 멀리 날고 있다.
-가을강 아스라하니(태학사)
견뎌야 한다 김종윤의 시조는 뼈가 굵고 단단하다. 그는 겨울숲에서 ‘녹슨 칼을 닦듯 깊고도 푸르른 눈빛’을 보기도 하고, ‘도무지 꺾이지 않는 전의만 서려 있’기도 하다. 이는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대구일보 기자도 지냈으나, 긴급조치를 위반한 ‘이적행위’로 연루돼 고초를 치르기도 한 그의 생애와도 상통한다. 그에게는 사랑도 아프고 모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