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엉뚱한 생각이 창의력의 불씨가 된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일으키는 엉뚱한 생각은 어디서 오는가. 역사의 몇 장면을 살펴보자.
코페르니쿠스(사진)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일축했다. 그러나 66년이 지난 뒤 그의 말은 사실로 밝혀졌다. 코페르니쿠스의 ‘엉뚱한’ 생각을 이끈 건 지구중심설 모형에서 지구와 태양의 자리를 서로 맞바꾸면 관측 계산이 더 잘 맞는다는 단순한 영감이었다.
1705년으로 가보자,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1656~1742)는 과거 관측자료를 살피다가 1531년, 1607년,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이 모두 같은 것으로 1758년 혹은 1759년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혜성을 한번 스쳐 지나가는 천체로 생각했으니, 핼리의 주장을 엉뚱한 소리로 여긴 건 당연했다. 그런데 핼리가 세상을 떠난 후, 1758년 크리스마스에 정말 이 혜성이 다시 나타났다. 이로써 주기 혜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이 핼리의 ‘엉뚱한’ 생각을 이끈 것일까? 그건 바로 “모든 것은 돌아온다”라는 영감이었다.
또 다른 장면 하나. 한 예술가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방문하던 중 복도 칠판에 복잡한 허구의 수학 공식을 슬쩍 적어 놓았다. 놀랍게도 이 낙서는 몇 달 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남몰래 많은 증명이 시도된 듯하다. 이 작은 해프닝이 맷 데이먼에게 영감을 주어 엉뚱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명작 ‘굿 윌 헌팅’이 탄생했다. 그가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주인공까지 맡은 영화다.
위 장면들은 모두 ‘엉뚱한’ 생각이 작은 영감 하나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런 영감은 어떻게 움트는가? 그것은 평소 주의 깊게 관찰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습관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엔 인내가 필요하다. 조급하면 생각이 닫힌다. 종종 스마트 기기를 내려놓고 생각의 심연 속으로 빠져보자. 삶을 북돋울 영감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