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은 줄이야 왜 모를까만, 음악은 타고나는 것이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박동진 선생 같은 분이야 타고났겠지만 목에서 피가 넘어오도록 폭포 앞에서 독공을 했고, 목이 잠기면 묵은 인분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면, 타고났다고 다 잘되는 것은 아니더라.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부질없다.
나는 미사 시간에 모차르트(1756~1791·사진)의 성가를 듣노라면 가슴에 울림이 있지만, 발성이 좋지 않다. 모차르트는 궁정 악사의 아들로서 부족함이 없었고, 다섯 살에 작곡했으니 천재임에 틀림이 없으나, 일생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 잘 나갈 때는 뒷날 프랑스 루이 16세의 황비가 된 마리 앙투아네트에 청혼할 정도로 명성이 하늘을 찔렀지만, 생활은 궁핍했다. 원인은 사치와 도박 때문이었다. 그가 쓰는 피아노는 연봉 2년 치의 호화품이었고, 늘 빚에 쪼들렸다.
이럴 때는 아내라도 알뜰해야 하는데 스물여섯 살에 결혼한 콘스탄체는 한술 더 떴다. 결혼 10년 동안에 아이 여섯을 낳았는데 그 가운데 넷이 죽었다. 영양실조야 아니었을 것이니 안팎이 둘 다 돌보지 않은 탓이었을 것이다. 궁핍을 모면하려고 해외 연주 여행도 다녀 보았으나, 세상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사랑했지, 그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았다.
1791년 그의 나이 서른다섯 살에 갑자기 발진에 고열이 일어났다. 그리고 보름 만인 12월 5일에 세상을 떠났다. 독살이라느니, 나쁜 병이라느니 별 소문이 다 돌았다. 장례식에 진눈깨비가 쏟아지고 몹시 추웠다. 조객들은 장지로 가다 말고 집으로 돌아가자 아내도 그들과 함께 귀가했다. 장의사 혼자 끌고 가다가 공동묘지 어디에 버렸다. 전염병 환자였으므로 공동묘지에 열두 구를 합장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그의 무덤은 없다. 인생을 어떻게 살았기에 아내도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