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어제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물러난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에는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임명됐다. 박 지검장은 대장동 사건의 항소 마감 시한인 지난 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항소 제기 의사를 보고받고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 지휘부의 항소 포기 결정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일당에게서 7000억원대 범죄 수익을 돌려받을 길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에서 검찰과 법무부의 신뢰성을 땅에 떨어뜨렸다. 이번 사건으로 박 지검장은 보수 성향 시민단체에 의해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항소 포기의 지휘선상에 있던 박 지검장이 이번 인사에서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은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검찰 조직 안정’을 제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뜻이 진짜 검찰 조직 안정에 있다면 박 지검장의 임명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일선 검사들에 이어 주요 검사장들과 대검 간부들까지 검찰 지휘부의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면서 검찰 조직 전체가 심각한 진통을 겪었던 게 불과 며칠 전이다. 정 장관이 논란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박 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 수장에 앉힌 것은 조직 안정은커녕 ‘항명’ 프레임으로 상황 반전을 꾀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 장관은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신중한 검토’를 당부했을 뿐이고 명령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런 상황에서 ‘항명 검사 징계’를 운운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법무부와 검찰이 스스로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나서야 한다. 신상진 경기도 성남시장은 어제 법무부와 검찰 고위 관계자 네 명에 대한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고발 대상자는 정 장관과 이진수 법무부 차관,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 정진우 전 지검장이다. 공수처법에 따라 장차관이나 검사의 직무상 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으면 공수처가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올해로 출범 5년째인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3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가 ‘부적절했다’는 응답(48%)이 ‘적절했다’(29%)에 비해 훨씬 많았다. 특히 중도층에서 민심의 변화가 나타나며 대통령 지지율까지 끌어내렸다는 점을 정부와 여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만일 정부·여당이 항소 포기 외압설 등의 진상 규명을 외면하고 어물쩍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