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수원고법 형사2-1부(김민기 김종우 박광서 고법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모씨의 존속살해 및 살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에서 검찰은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업 실패로 경제 부담을 안겨주기 싫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 그 사안이 매우 중하고 죄질 불량하다"며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사의 구형 이후 재판장은 재판 내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피고인에게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재판을 간단히 받아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며 선고 전까지 솔직한 심정을 밝혀 달라고 했다.
재판장은 "이번 사건은 유례없는 비통한 사건"이라며 "피고인이 자기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인 다 큰 성인 자녀를 포함해 피고인을 낳아주고 평생을 기른 부모와 배우자를 살해한 것이 '너무나 비극적'이라는 이유로 (피고인을) 동정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실상 우리나라가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지만, 법관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되는 어려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이씨에게 "범행을 후회하느냐"고 묻자, 그는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한숨을 쉬며 "한마디만 한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매일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1심 결심 공판에서 "사형 같은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을 내려 달라.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 평생 뉘우치고 회개하며 살겠다"고 최후 진술한 바 있다.
이씨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1심 재판에서도 최후진술 이외에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고, 1심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검찰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절차가 진행됐다.
이씨는 지난 4월 14일 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자택에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두 딸 등 자기 가족 5명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이들을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후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남긴 뒤, 이튿날인 15일 새벽 승용차를 이용해 사업차 머무는 거주지인 광주광역시 오피스텔로 달아났다. 이후 같은 날 오전 경찰에 붙잡혔다.
주택건설업체 대표였던 이씨는 광주광역시 일대 민간아파트 신축 및 분양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수십억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