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19일 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장산도 남쪽 무인도(족도)에 좌초했다.
267명(승객 246명, 선원 21명)이 타고 있었으나 중상자나 사망자는 없고 5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고령자 1명은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임산부도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어지러움 증상을 호소했다. 해양경찰은 소형 함정(50t급)에 50여 명, 대형 함정(300t급)에는 100여 명씩 태워 육지로 이송했다.
해경은 사고 여객선이 정상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경 관계자는 “인명 구조가 우선이라 정확한 원인은 차후에 조사할 예정”이라면서도 “(여객선이 통상 운행하는) 항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른 해경 관계자는 “여객선에서 엔진 등에 문제가 발생해 항로를 벗어난 것인지, 운항 과실인지 등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에 따르면 2만6000t급 퀸제누비아2호는 이날 오후 4시40분쯤 제주항에서 출항해 목포항으로 향했다. 해경은 오후 8시17분쯤 “여객선 선수가 섬에 올라탔다”는 승객의 신고를 접수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40분가량 남겨둔 시각이었다.
해경은 경비함정 17척과 연안 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서해특수구조대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작업에 나섰다. 승객들은 사고 직후 모두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해경의 연안 구조정으로 옮겨 탈 수 있는 여객선 후미 부분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섰다. 임산부와 어린이, 노약자부터 차례로 배를 옮겨 탔다.
해경이 도착할 당시 배는 선수 쪽이 왼쪽으로 15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였지만 선박 안으로 물이 차거나 화재 등의 징후는 없었다. 선체 선수부에선 파공이 발견됐고, 배가 섬에 올라탄 후 엔진이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여객선에 탑승한 승객들은 문자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인과 가족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퀸제누비아2호에 탑승한 이하나(23)씨는 “오후 8시10분쯤 ‘콰광’ 소리와 함께 배가 엄청나게 흔들렸다”며 “구명조끼를 입고 아직 배 안에서 대기 중이고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좌초 때 충격으로 여객선 내 편의점 매대가 쓰러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씨는 ‘죽을 것 같은 공포심에 급히 맨 위에 올라와 있다’며 ‘모든 승객은 구명조끼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도 나왔다.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글을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승객 수십 명이 다홍색 구명조끼를 입고 일제히 줄지어 구명정에 탑승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시되기도 했다.
한편 좌초된 퀸제누비아2호는 2021년 4월 27일 진수돼 지난해 2월 28일 첫 취항한 크루즈다. 전남 목포와 제주를 오가는 이 여객선은 길이 170m에 너비 26m, 높이 14.5m의 크기에 무게 2만6546t으로 여객 1000여 명, 차량 480여 대를 싣고 최대 23노트의 속력으로 운항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인명 피해가 없도록 신속히 사고 수습에 나서는 한편,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구조 현황을 실시간 공개할 것을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고 대통령대변인실은 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해경과 관계기관들에 “가용 가능한 모든 선박과 장비를 즉시 투입해 승객 전원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조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