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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소리 뒤 휘청했다"…'항로 이탈' 신안 여객선 승객들, 불안 떨며 전원 구조

중앙일보

2025.11.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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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이 구조돼 이동하고 있다. 267명이 탑승한 퀸제누비아2호는 이날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도 남방 족도에 좌초됐다. 연합뉴스
“쿵! 소리가 난 뒤 (배가) 크게 휘청거렸어요. 딸 아이는 깜짝 놀라 한동안 울기만 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도착한 퀸제누비아 여객선 승객들은 육지를 밟은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돼 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이날 오후 8시16분쯤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이 좌초된 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전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두 손에 짐 가방을 든 승객들은 사고 3시간여 만에 전원 구조됐다. 이날 사고 선박에는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타고 있었다.


이날 해경 경비정에서는 좌초 당시 충격으로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한 환자 2명이 들것에 누운 채 가장 먼저 육지로 옮겨졌다. 이들은 신원 확인 후 곧바로 119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에는 한 임산부가 굳은 표정으로 경비정에서 내렸다. 이날 사고로 고령자와 임산부 등 5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속속 목포에 도착한 승객들은 해경에 신원 확인과 부상 여부 등을 얘기한 뒤 선사 측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이날 해경 함정에서 어린 딸을 안고 내린 박모(43)씨는 “어른인 우리도 굉장히 놀랄 만한 충격이 느껴진 탓인지 아이가 한참동안을 울었다”며 “사고 후 ‘암초에 걸렸으니 빨리 조치하겠다’는 여객선 방송을 듣고 구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이 구조되고 있다. 267명이 탑승한 퀸제누비아2호는 이날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도 남방 족도에 좌초됐다. 연합뉴스

승객 이모(42·여)씨는 아이와 남편 손을 잡고 신원 확인을 마친 후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쿵! 하는 소리에 승객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며 “아이와 우리 부부는 다행히 누워있어서 큰 부상은 피했지만, (배가) 크게 흔들리는 바람에 넘어지는 어르신도 있었다”고 했다.


한 승객은 “좌초 당시 소리가 엄청 컸는데도 안내방송은 우왕좌왕하다 한참 뒤에야 나왔다”며 “그나마 안내방송은 ‘움직이지 말고 기달려달라’라고만 해 답답하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직후 여객선에 탑승한 승객들은 문자 메시지나 SNS 등을 통해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한 승객은 “배가 쿵~하고 충돌하면서 몸이 크게 넘어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사고 후 SNS에 올라온 동영상과 사진에는 여객선 내 편의점의 판매대가 넘어져 상품들이 쏟아진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승객은 “좌초로 인해 선박 운항이 중단됐고 침수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다친 사람은 안내실로 이동하라는 안내방송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 선박은 승객과 승무원 등 267명과 차량 118대를 태우고 이날 오후 4시40분쯤 제주에서 출발해 목포로 향하던 중 사고가 났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은 임산부, 노약자, 부상자 등 우선순위에 따라 5차례로 나눠 해경 함정으로 옮겨 태워 오후 11시27분쯤 승객 전원을 구조했다. 사고 후 승객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해경 구조정으로 옮겨타기 위해 여객선 후미 부분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구조를 기다렸다.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해경은 여객선이 항로를 이탈해 무인도 방향으로 항해하다 좌초한 것으로 보고 선장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재 사고 선박은 선수 쪽이 기울어진 상태로, 선장과 승무원 등 21명은 예인 작업 등을 위해 선내에 잔류하고 있다.

해경은 구조 작업이 완료된 만큼 사고 현장에서 선박 침수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여객선에서 엔진 등에 문제가 발생해 항로를 벗어난 것인지, 운항 과실인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경호.황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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