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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90일" "무리한 가정"…의대정원 변수 된 '의사 근무일수'

중앙일보

2025.11.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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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태현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회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8월 12일 서울 중구 T타워에서 열린 수급추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연 265일이냐, 290일이냐.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결정의 키를 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논의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의사 근무 일수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근무 일수 설정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의료계와 전문가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19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추계위는 오는 24일 8차 회의에서 의료 수요량에 따른 필요 의사 수 산정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추계위는 8월 중순부터 2주 간격으로 회의를 이어왔다. 8차 회의부터 적정 의사 인력 추계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돌아간 가운데, 27학년도 정원은 추계위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해진다. 공급자·수요자 단체, 학회·연구기관 등 위원 15명이 참여한 추계위가 심의 결과를 내놓으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의대 정원을 결정한다. 추계위 관계자는 "보정심 상정과 국회 보고 등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연말까지는 추계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마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앞선 회의에서 튀어나온 주요 쟁점은 '의사 생산성'이다. 의사 1인당 연간 평균 근무 일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필요 의사 수가 크게 출렁인다. 향후 회의에서 계속 다뤄질 이슈이기도 하다.

실제로 근무 일수가 길수록 필요한 인력은 줄어드는 구조다. 지난 3월 나온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의사 연간 근무일이 265일(365일 중 공휴일·주말 등 제외)에서 275일로 10일만 증가해도 필요 의사 수는 약 7% 감소한다.
사진 추계위 제6차 회의록 캡처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2000명 증원'을 발표할 당시 근거로 삼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연구 3건은 모두 연간 근무 일수(진료 가능 일수)를 265일로 가정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싱크탱크인 의료정책연구원은 289.5일을 제시했다. 일요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날에 진료한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연간 근무일을 265일 또는 290일로 잡을지를 두고 각계 의견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6차 회의가 대표적이다.

정형선 위원(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은 "290일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원수 전체가 토요일까지 '풀근무'한다는 얘기"라며 "260일도 주 5일 근무보다 많다. 의사들이 혹사당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가정은 너무 무리"라고 밝혔다.

반면 문석균 위원(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의사들이 289.5일 일하는 이유가 있다. 저수가(낮은 의료서비스 대가)라 못 먹고 산다"며 "먹고 살기 위해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얘기할 거면 수가부터 OECD 평균으로 맞춰달라. 의사들이 충분히 수입이 들어오면 그렇게 일 안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진 추계위 제6차 회의록 캡처
이런 변수가 남은 가운데, 8차 회의부터는 추계를 위한 핵심 지표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회의는 애초 10차까지 진행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만큼 다음 달엔 매주 1회씩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지역·필수 의료 공백 해소를 내세워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의 정원 결정도 추계위 몫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0년, 15년 뒤 전국·지역별 의료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정밀하게 계산해 보정심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연말 내 추계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논의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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