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정기 당무감사에서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의 ‘당 기여도’를 평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 기여도의 세부 기준에 ‘피켓시위’를 포함한 집회나 지도부 비판 여부가 포함되면서 당내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최근 전국 당협위원장들에게 22쪽 분량의 ‘2025년 당원협의회 당무감사 사전점검 자료’를 보냈다. 중앙일보는 이 자료를 입수했다. 당협위원장들은 이달 24일까지 당원관리와 지역 현안 해결 사례 등 지역구 관리 실태, 부적절한 언행 전력 등을 기재해서 당무감사위에 제출해야 한다. 당무감사위는 이 자료를 토대로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직접 지역을 찾아 당무감사를 실시한다. 당무감사란 정당이 내부 조직과 당협위원장 등의 업무 수행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다.
가장 눈에 띄는 평가 항목은 신설된 ‘당 기여도’다. 당무감사위는 해당 항목에 ▶당론 또는 중앙당의 기조와 다른 독자적인 언행과 소명 ▶규탄대회와 당원연수 등 중앙당 주최 대규모 행사 참석 현황 ▶피켓시위와 카드뉴스 전파 등 온·오프라인 홍보활동 관련 중앙당 지침 이행 여부를 기재하도록 했다. 중앙당 주최 행사로는 “야당말살 정치탄압 특검수사 규탄대회”를 예시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2023년 당무감사에서는 대야 투쟁 실적이나 지도부 노선 동조 여부를 ‘당 기여도’로 평가하지 않았다.
감사 기준에는 당 기여도 외에도 ‘청년·여성과의 소통 강화’, ‘지역구 현역 의원·타당 위원장에 대한 지역 여론’ 등 세부 지표가 대거 추가됐다.
이같은 변화는 취임 이후 꾸준히 ‘당성’을 강조해온 장동혁 대표의 기조와도 맞물린다. 장 대표는 대여 투쟁을 ‘체제 전쟁’으로 규정하며 “잘 싸우고, 열심히 싸우신 분들만 공천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지난 8월 연찬회)고 공언했다. 당무감사위원장도 장 대표와 코드가 맞는 강성파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에 맡겼다.
새 감사 기준은 적잖은 반발을 낳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강성 대여 투쟁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게 지지율 정체로 드러나고 있지 않냐”며 “당 기여도를 다면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또는 황교안 전 총리 옹호 발언을 지적한 게 ‘중앙당과 배치되는 언행’으로 볼 수 있느냐”라며 “‘입 조심하라’는 겁박으로 소신 발언이 사라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당무감사 결과를 원외 당협위원장을 교체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 당협위원장은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지도부 입맛대로 당협위원장을 대거 교체하면 지역은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규탄대회에 불참한 의원들을 대상으로도 불참 사유를 소명케 하고 있다. “정부·여당에 맞서서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핵심 당직자)이라지만, 한 보좌진은 “매번 숙제 검사를 받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