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마운자로’ 때문에 최근 공항 세관이 고역을 치르고 있다. 국내 처방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약을 구하기 위해 해외 직구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정부가 개인의 마운자로 국내 반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미 직구로 주문했던 물량이 공항 세관에 대량 유치되자 이를 직접 되찾아 오려는 ‘직구족’들이 공항 세관으로 몰려갔다.
19일 세관 당국 등에 따르면 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통관센터에는 최근 마운자로를 직구한 소비자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정부가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신종 비만 치료 관련 약물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직구 통로가 완전히 막히기 전 해외 업체를 통해 마운자로를 주문한 사람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세관에 적발된 마운자로를 직접 수령하려는 사람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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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마운자로 반입 제한 강화
그동안 일부 소비자는 국내 공식 처방보다 가격이 저렴한 인도 등에서 1인당 통상 수십만 원어치의 마운자로를 직구해 들여왔다. 국내에서 10㎎ 용량의 마운자로는 1팩에 50만원대 중·후반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데, 인도 직구를 통하면 약 40만원대 초반에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인의 무분별한 마운자로 반입과 오남용을 우려해 해당 치료제를 ‘유해 통보’ 품목으로 지정했다. 유해 통보 의약품은 세관이 국내 반입을 제한한다.
특히 이달 초 마운자로를 부당하게 반입하다 적발된 사례가 급증하자, 세관은 지난 11일을 기준 삼아 그 전까지 주문한 물량까지만 ‘처방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의사 소견서를 지참한 사람에 한해 물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주문한 마운자로는 직접 찾아와도 받아갈 수 없다는 것이 세관 측 설명이다.
주문한 마운자로가 세관에 대거 유치되면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발 석방해(통관시켜) 달라”는 게시물과 “소견서 들고 방문해서 수령했는데, 포장재 없이 보냈더라” 등의 수령 후기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세관 관계자는 “마운자로 반입 시도가 큰 폭으로 늘어 전보다 더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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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인도자로’ ‘일본자로’ 찾은 소비자
인도에서 약을 주문하는 이른바 ‘인도자로’뿐 아니라 일본에 직접 가서 직접 약을 처방받아 구입하는 ‘일본자로’ 구입사례도 빈번했다. 일부 마운자로 이용자 사이에선 도쿄·후쿠오카 등에 있는 클리닉에서 몸무게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을 처방해 준다는 정보가 공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 또한 제한된 상태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처럼 해외 업체를 통해 마운자로를 구하려는 이유는 한국보다 확연히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위고비 등 약품에 일부 보험 보장이 제공되면서 비급여 약품인 마운자로 가격도 낮게 형성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약사들이 약값 인하 합의를 체결하면서 비만 치료제 가격이 하락했다. 마운자로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국내 마운자로에 ‘김치 프리미엄(가격이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현상)’이 붙었다”고 불만을 표하는 중이다.
그러나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에서 직구하는 의약품은 제조·보관·유통 등이 적절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품질도 검증되지 않았고, 사용 중 피해가 발생해도 회수나 보상 등 법적인 보호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의약품을 허가사항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