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과 토마스 뮐러. 유럽 축구를 뒤흔들던 두 월드클래스가 MLS 무대에서 격돌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펼쳐지려 하고 있다.
A매치 2연전을 완벽히 마친 손흥민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볼리비아전 2-0 승리, 가나전 1-0 승리를 모두 선발로 이끌며 대표팀 캡틴으로서 묵직한 존재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MLS컵 우승 레이스에 맞춰져 있다.
LAFC는 오스틴 FC와의 1·2차전 플레이오프에서 합산 6-2로 압승을 거두며 준결승행을 확정했다. 손흥민은 MLS 데뷔 후 단기간에 팀 공격의 중심이 되었고, 시즌 후반기 폭발적인 활약으로 LAFC의 상승세를 실현시켰다. 남은 경기는 단 세 경기. 모두 승리할 경우 손흥민은 지난 5월 UEFA 유로파리그 우승에 이어 7개월 만에 또 하나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두 대륙 연속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준결승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서부 콘퍼런스 2위 밴쿠버 화이트캡스. 올 시즌 18승 9무 7패, 승점 63점을 기록하며 LAFC(3위·60점)보다 한 단계 위에 위치한 팀이다. 단순 승점뿐 아니라 전술적 안정감, 밸런스, 수비 조직력 등 핵심 지표에서 리그 정상급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월드컵 우승자’ 토마스 뮐러의 합류는 밴쿠버의 전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손흥민과 뮐러는 유럽 무대에서 수없이 마주했던 인연이 있고, 이번 MLS 무대에서의 재회는 그 자체로 글로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전술적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어 이번 맞대결은 자연스럽게 ‘스타 대전’의 양상을 띤다.
MLS 사무국 역시 이 경기를 가장 주목할 매치업으로 선정했다. 사무국은 먼저 손흥민을 극찬했다. “선발로 나선 11경기에서 10골 4도움. 대부분이 오픈 플레이에서 만들어낸 공격포인트이며, 같은 기간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는 메시와 드니 부앙가뿐”이라며 손흥민의 공격 효율을 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했다. 아시아 선수로서 MLS 적응을 넘어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뮐러에 대해서도 강한 긍정 평가를 내렸다. “MLS 합류 직후 특유의 스루패스, 간결한 연계, 전진 배분 능력을 선보이며 팀 전술에 즉시 녹아들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포함 8골 3도움, 경기당 1골에 가까운 임팩트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무국은 손흥민과 뮐러의 개인 역량 비교에서 다소 뜻밖의 결론을 냈다. “개인 영향력은 손흥민이 확실히 우위다. 공격포인트, 출전 지속성, 팀 승점 상승에 미친 기여도까지 모두 손흥민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선수”라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승부 예측은 LAFC가 아닌 밴쿠버에게 돌아갔다. 사무국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밴쿠버의 홈 어드밴티지. MLS 특성상 홈 경기력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밴쿠버는 이번 시즌 홈에서 리그 최상위 성적을 기록했다.
둘째, 예스페르 쇠렌센 감독의 조직적인 전술 운영. 밴쿠버는 공격 시에도 수비 라인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팀으로, LAFC의 가장 큰 장점인 빠른 전환 공격을 봉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셋째는 부상 선수들의 복귀. 최근 2~3주 동안 충분한 휴식을 가진 밴쿠버는 라이언 골드를 포함한 핵심 전력이 모두 가용한 ‘완전체’ 구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무국은 “밴쿠버는 MLS에서 가장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팀 중 하나다. 뮐러가 중원을 지휘하고, 견고한 전술 구조가 뒷받침될 경우 LAFC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매치업은 손흥민의 개인 클래스 vs 밴쿠버의 전술 조직력이라는 구도다. 손흥민이 압도적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팀의 장단점까지 고려하면 밴쿠버가 객관적 전력에서 근소하게 앞선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경기장에서 벌어질 실제 승부다.
MLS 사무국의 예측은 어디까지나 데이터 기반 분석일 뿐, 손흥민은 등장할 때마다 예상치를 넘어서는 퍼포먼스로 기세를 뒤집는 선수다. 유럽에서 그랬고, MLS에서도 마찬가지다. 뮐러까지 합류한 빅매치에서 손흥민이 예측을 뒤엎고 LAFC를 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