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무인도 인근에서 좌초한 2만6000t급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사고 발생 9시간여 만에 목포항에 자체 동력으로 입항했다. 해경은 “변침 시점을 놓친 운항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퀸제누비아2호는 20일 오전 5시44분쯤 목포시 여객선터미널(삼학부두)에 무사히 도착했다. 전날 오후 8시17분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에서 선체 일부가 섬 가장자리에 걸려 좌초된 지 9시간27분 만이다.
사고 당시 여객선에는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전원은 해경 구조정 등을 통해 목포해경 전용부두로 이송됐고,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신부를 포함한 27명이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대부분 경미한 부상으로 파악됐다.
좌초 직후 선사와 해경은 예인선 4척을 투입해 오전 2시35분쯤 ‘이초’(암초에 걸린 배를 빼내 다시 띄우는 작업)를 마쳤다. 선체가 섬 가장자리에 걸쳐진 상태였지만 구멍이나 누수는 없어 자체 항해가 가능한 상태였다는 것이 해경 설명이다.
이초 작업 뒤 승무원 21명은 선내에 남아 배를 직접 운항했고, 여객선은 스스로 움직여 2차 사고 없이 목포항에 입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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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항로 이탈…변침 시기 놓친 것으로 보여”
해경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평소 항로에서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고, 변침(방향 전환)이 늦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해역은 연안 여객선 항로가 촘촘히 지나가는 좁은 수로로, 일반적으로 자동항법장치 의존 없이 수동 조작을 통해 운항해야 한다. 해경은 선장과 항해사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핵심 조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여객선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 선내·외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항로 변경 시각, 조타(操舵) 과정, 당시 기상 및 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