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형석이 동료들을 위해 결심을 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 KOMCA) 제25대 회장 선거에 공식 출마하며 K팝의 확장과 저작권자들의 권리 보호에 나선다. AI 시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음악 시장에 맞춘 변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김형석은 지난 30여 년간 신승훈, 성시경, 나윤권, 임창정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수많은 명곡을 만들며 K-POP 사운드 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핵심 창작자다. 그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약 1400여 작품이 등록된 저작권자로서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해외 징수 체계 혁신, 회원 복지 확대, 투명 경영 기반 구축, AI 기반 플랫폼 고도화를 핵심으로 한 ‘4대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창작자들의 곁에서 권리를 지키고, 정당한 가치가 보상받는 구조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김형석을 만나 회장 선거 출마 각오와 그가 제시할 혁신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OSEN DB.
Q.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결정한 계기는?
협회가 지금 되게 시끄럽다.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 (회장이 되면) 곡 쓸 시간이 없을 것 같고, 말도 많은 곳이라 잘해야 본전이란 이야기도 있다. 나는 세상에 내어져 있는 사람이라 문제가 있을 때 리스크도 더 클 것 같았다. 선후배님들이 하고 이야기를 해서 그동안의 자료를 다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결론은 너무 심각했다.
새는 돈이 너무 많았고, 방만하고 징수도 잘 못한다. K팝이 4500억 원 시장이 됐는데, 시스템이 그대로다. AI 시대가 왔고, 플랫폼화 시켜야 하는데 거의 계획도 없는 것 같았다. 문체부나 과기부, 기재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K팝의 근간이 IP도 지켜야 하는데 그 부분에 할 게 너무 많더라.
배수진을 치고 결심했다. 협회 내부에 카르텔도 존재하는데 나는 거기에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칼을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한다.
Q. 지금 이 시기에 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자료를 보고 그냥 덮는다면 나중에 선후배들에게 욕 먹는 나이가 됐다. 4년 동안 책임 있게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오게 됐다.
협회 회장은 6만여 명의 회원들을 대변하는 자리다. 전문 경영인이 들어와서 시스템을 바꾼다면 거기에 대해서 또 다시 예측하고 실험해야 한다. 저작권은 사실 투쟁의 역사다. 협회가 방만하고 시스템이 구시대적이라 할지라도 실제 협회 내부에서 역대 회장님들이 해온 일들은 공도 많다. 그런 부분들을 다 끄집어내서 홍보하고 알리고 해야 협회의 브랜드가 생기는 거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 미약했다. 좋은 모습도 알리고, 내부도 고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칼을 들어야 한다. 나는 연임의 욕심도 없고, 4년 동안 다 해야 한다.
Q. 그동안의 출마 제안이나 고민은 없었나?
제안 많았다. 그때는 사실 곡 쓰느라 바쁘기도 하고 어렸기도 했다. 협회를 믿었던 부분도 있었다. 지금은 때가 된 것 같다. 원로 님들과 젊은 친구들의 중간 정도 나이다. 원로님들을 먼저 뵀는데 다 뵈고 느낀 거는 작가 입장에서 마음이 되게 아리다. 복지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20~30대 신진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돌리고 했는데 ‘제발 부탁드려요’라고 하더라. 시장이 커졌는데 저작권 통장 돈은 그대로라고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말도 못하고 있다. 그게 더 책임감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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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회장 당선된다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세계적인 회계 감사 기업에 협회의 기업 컨설팅을 맡겨서 싹 다 바꿀 거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다 보고서를 만들어서 협회 회원 및 세상에 알릴 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임기 4년 동안 구멍 막다가 끝날 것 같다. 협회는 권리를 지켜내는 단체이기 때문에 갭은 있지만, 그런 부분을 잘 협의하고 밸런스를 맞추고 권리를 잃지 않게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업무도 너무 중요하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결과만 이야기하고 그런 부분이 밀실처럼 되어 있기 때문 지적 사항이 많다. 투명하게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고, 그러다 보니 신뢰도 바닥이다.
또 원로 분들과 신진이 단절돼 있다. 복지 재단을 만들어서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아야 한다. 원로, 신진 작가들의 복지도 중요하다.
Q. 회장 출마 전 회원으로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어떻게 봤나.
나는 작품자였다. 35년 동안 미친듯이 곡을 쓰고 음악만 했다. 1400~1500곡을 썼다. 작가로서 최선을 다했고, 협회를 믿었다. 지금도 믿음은 변함이 없다. 내가 회장이 돼도 회원 분들의 믿음에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선후배들에게 추대받으며 실제로 자료를 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많은 걸 봤다. 그런 것들을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한다. AI 시대에 창작자의 권리는 어떻게 지키고, 수익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냐는 고민이 앞섰다. 협회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이걸 제도화해야 하는 시기에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Q. 블랙핑크 로제의 탈퇴 등 협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무자들이 가장 목소리를 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저작권은 무형의 것이다. 권리를 지켜야 한다. 젊은 친구들은 협회에 대한 불신이 너무 많다. 실제로 들여다 봐도 너무 낙후돼 있다. 스스템이 똑같은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해외 징수 같은 경우도 미국에서 국제 전송 협회 플랫폼이 생겨서 돈을 걷는데 미등록, 오등록이 너무 많다. 이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중국도 우리가 막역하게 저작권 돈을 안 낸다고 알고 있는데, 텐센트가 중국 음악 플랫폼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거기에서 받아올 수 있는 구조인데, 시장의 규모에 비해 시스템상 매우 적은 수준이다.
K팝의 근간이 IP니까 정부와 이야기해서 R&D펀드랑 매칭한다거나 고민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넋 놓고 있는 거다. 정책이 풍선 같은 거다. 밸런스를 맞추는 거다. 어떤 게 제일 빠르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Q. 왜 지금까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있었나.
원인을 알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왜 우리가 미국에서 140억 원을 받아올 수 있는데 2억 원도 못 받아오나 원인을 연구하는 거다. 방법을 찾아서 써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넋 놓고 있으니까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된 거다. 그래서 차라리 정부 주도하에 우리가 만들자는 거다. 방법들을 찾아내서 우리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받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OTT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와도 (저작권료)못 받고 있다. OTT에서 저작권료 받아올 때 총 매출과 순매출, 이용자수와 아이디수에 따라서 달라진다. 우리는 총 매출과 아이디당 이용자수로 받고자 했는데, 덜컥 타업체가 순매출과 아이디수로 계약했다. 대법원 판결이 우리가 맞다고 하는데도 주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소통이 안 된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전반적으로 시장을 보고, 힘을 모으고 해야 하는 부분인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Q. 해외 시장 외에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의 협의 방안도 있나?
국내 업체, 우리나라 스트리밍 플랫폼은 성장성이 없다는 게 보고서에 나와 있다. 그리고 점점 유튜브 독점 체제로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요율이 국제 수준에 못 미친다.
K팝이 단단해지고 있는데 국내 시장이 잠식 됐는데 무조건 올려달라 게 아니라, 국내가 무너지면 유튜브랑 협상할 수도 없다. 우리 시장도 살릴 방법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거다. 예를 들어서 요율은 올리고, 프로모션 상품은 무료로 한 후 기간이 끝나면 받는다거나 협상을 해야 한다. 방송국 요율 역시 국제 수준보다 낮은데 마찬가지다.
권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형성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부분의 밸런스를 맞추는 거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진통도 있고 확장된다. 세계 음악 시장이 변화되고 있고, 우리 음악을 가지고 AI 솔루션을 쓰게 해주면 그것에 대한 비율만큼 저작권을 받아오는 거다. 2, 3차 가공되면서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런 형태로 넓혀가는 거다. 예측하고 토론하면서 제도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과 블록 체인이 필요한 거다.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는 거고, 그래서 골든타임이라고 말하는 거다.
[사진]OSEN DB.
Q. 협회가 신뢰를 잃은 이유가 개인의 영달을 누리고 사욕을 채우다가 알려져서인 것도 있는데,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을까.
(협회에)약간 파가 좀 있다. 그러면 칼질을 잘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임에 욕심이 있으면 그렇다. 나는 파도 없고, 연임할 생각도 없다. 그냥 칼을 들어서 내가 말한 것들을 해나가지 않으면 리스크는 오롯하게 나에게 오고 훨씬 크다. 휩쓸려서 할 거면 할 이유도 없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앉았다고 한 거는 바로 그런 부분이다. 그래서 시작하는 게 기업 컨설팅 맡겨서 클리어하게 해결하겠다는 게 그 의지다. 보고서를 다 공개하겠다.
협회에서 이사회나 의원회를 할 때 대부분 회원들 결과를 듣�f다. 과정을 못 듣는다. 과정을 들어야 한다. 유튜브 생중계로 하면 된다. 그걸 항의를 하거나 불편해 할 게 아니라, 실제 이런 과정이 있었구나하면 된다. 개인정보나 비밀이 필요한 부분을 빼겠지만, 전체적으로 이사회나 위원회를 회의를 공개하고 의혹 없이 하는 게 중요하다.
Q. 사업이 커질텐데, 인력 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협회가 4500억 원 정도면, 외국 경우를 비교해 보면 직원이 턱없이 모자라기도 하다. 협회의 문제는 인사 관리 조직이 없다. 그러니까 사고가 터지는 거다. 인사 감사를 해야 하는데 그 조직이 없다. 일정 부분 홍보도 필요하다. 액수도 크고 직원도 많으니까 공정하고 신뢰가 중요한데, 위기관리 대응도 없다. 조직은 커졌는데 내실이 허술한 거다.
좋은 일도 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거다. 협회 브랜드를 세우는 게 너무 중요하다. 그래야 복지 재단을 만들어도 기업 후원이 들어오고, 신인들 복지도 연결해 주거나 송캠프를 하거나, 원로에 대한 복지를 하거나 할 수 있다. 협회는 관계로 이뤄진 작가 조직이기 때문에 작가의 관점에서 밸런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협회 브랜드, 신뢰, 투명함이 있어야 브랜드가 생가는 거니까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Q. 대중문화교류위원회의 초대 공동 위원장이 된 박진영과 소통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사실 통하를 했다. 진영이 또한 무겁게 결정을 했다. ‘형, 진짜 퇴임하게 되면 그날 한점 부끄럼없이 할 거야’라고 하더라. ‘K팝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거야’라고 하더라. 그 말을 내가 할 줄 몰랐다. 그런데 진영이는 잘 할 거다.
아무래도 소통할 일이 있을 것다. 산업의 관점에서, K팝의 관점에서 보고 협의를 할 것 같다.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K팝이 이벤트가 아니라 문화의 기류로서 오래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확정성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물론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게이트를 열어놓긴 했다. 이제는 우주처럼 넓어진 거다.
K팝의 아이덴티티가 희석되는데 그때 ‘K’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장르가 확장되고 보편화되면서 그때 우리는 또 뭘 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지점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