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국과 경찰이 최근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참사와 관련해 20일 시공사 HJ중공업 본사 등 6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울산화력발전소 내 보일러 타워가 붕괴하면서 작업자 9명 중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중대 재해로, 수사기관은 타워 구조적 결함과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규명하기 위한 강제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울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근로감독관과 수사관 50명을 투입해 HJ중공업 본사와 울산 현장 사무소 등 6개 장소에서 작업지시 문건, 해체 공법 관련 자료, 안전관리 문서 확보 등을 위한 압수수색을 했다. 수사 당국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문건을 바탕으로 보일러 타워 해체 작업이 시방서와 안전계획서에 따라 진행됐는지,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울산경찰청 전담수사팀과 경기남부경찰청 중대재해 전담 과학수사팀이 고용노동부와 함께 사고 현장인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합동감식은 기둥 절단 부위, 구조물 절단 형태, 보일러 타워 내부 하중분포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노동당국과 경찰은 붕괴 직전 진행된 '사전 취약화 작업'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당국은 해당 기둥 절단 방식이 설계와 달랐는지, 구조적으로 과도한 절단이 있었는지, 혹은 하중을 견디지 못해 기둥이 찢어지거나 부러지는 현상이 발생했는지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연계해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부산노동청 관계자는 "원·하청 간 작업지시 체계, 해체 공법의 적정성, 안전관리 시스템의 실효성도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중대 재해처벌법 위반이 드러나면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역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해체 설계의 적정성, 하도급 구조와 관리 실태, 공사 주체별 안전 의무 이행 여부 등을 폭넓게 검토해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6일 오후 2시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높이 60m 규모의 보일러 타워 4·5·6호기 가운데, 중앙에 위치한 5호기가 붕괴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돼 숨졌다. 2명은 매몰 직전 빠져나왔지만 부상을 입었다. 당시 5호기는 철거를 위한 사전 취약화 작업과 방호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취약화 작업은 발파 철거 시 구조물이 쉽게 붕괴하도록 기둥 등 주요 지지부를 미리 절단해 두는 과정으로, 작업자 9명 중 8명이 높이 25m 지점에서 절단 작업을 수행했고, 1명은 외부에서 작업을 조율하던 중 사고에 휩쓸린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발주사 한국동서발전과 시공사 HJ중공업의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