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항에 자동차 정비·검사·전시·보관 등 유통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통합 물류 시설이 들어선다. 연간 60만대가 넘는 중고 자동차 수출 시장을 겨냥한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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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항 부두에 자동차 물류시설
20일 충남도에 따르면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17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이정환 SK렌터카 대표이사 등과 자동차산업과 항만물류를 결합한 '케이(K)-모빌리티 오토 허브 일반물류단지 조성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물류단지는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당진항 고대부두 인근 72만㎡ 부지에 들어선다. 자동차 정비·검사·전시·보관 등 유통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자동차 통합 물류 체계와 스마트 물류 시스템, 친환경 인프라 등을 갖출 예정이다. SK렌터카 등은 특수목적법인(SPC)인 케이모빌리티주식회사를 세워 2030년까지 이 시설에 3839억 원을 투입한다.
충남도와 당진시는 협약을 통해 물류단지 조성,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공모, 신속 인허가 등 행정적으로 지원한다. SK렌터카 등 기업은 토지 제공, SPC 참여, 사업비 투입, 자금 모집, 경제적 타당성 확보 등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충남도는 이 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연간 6조 5000억 원 생산 유발 효과, 2조 3000억 원 부가가치 효과, 770억 원 세수 효과, 8000명 규모 고용 유발 효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당진항 일원에 자동차 검사와 정비, 부품 등 연관기업 집적과 자동차 유통산업 혁신생태계 구축, 충남 항만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 구조 고도화를 비롯해 연간 70만t 이상 신규 물동량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부두·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도 덩달아 확충될 것으로 기대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중고 자동차는 대부분 인천항이나 부산항을 통해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항구에는 정비 시설 등이 거의 없어 수출용 자동차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수출하기 전에 이런 방식으로 자동차를 관리하는 시설은 당진항이 처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중고 등 자동차 수출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며 “충남은 기존 수출국 이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당진항을 통한 수출 물량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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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지난해 62만대 수출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통계 등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중고차 수출량은 63만5000대, 지난해에는 62만대였다. 올해 상반기 수출된 중고차는 43만7151대(39억달러)로, 상반기 기준 자동차 수출 물량의 2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러시아·중앙아시아·중동 등으로 향하는 SUV·픽업·1t 트럭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완성차 업체가 러시아 시장에서 빠져나가자, 현지에서는 신차 공급 공백을 메울 대체재로 한국과 일본 중고차에 눈을 돌렸다고 한다. 수출국도 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과 리비아·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그리고 일부 중동 국가로 확대됐다. 중고차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지 도로 사정이 열악해지고 신차 부품 수급도 어려워지자, 내구성을 검증받은 한국산 SUV 수요가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