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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가 휴대폰 보다가 쾅…267명 '여객선 좌초' 악몽 불렀다

중앙일보

2025.11.19 17:40 2025.11.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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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일등 항해사·조타수 긴급체포
전남 신안군 무인도에 좌초된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항해사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한눈을 팔다 항로를 벗어나 무인도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경이 승무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퀸제누비아2호’는 신안 앞바다의 협수로(狹水路) 구간에서 수동 운항이 아닌, 자동 운항으로 항해를 하다 항로를 3㎞ 가량 이탈해 좌초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사고 당시 일등항해사는 수동으로 운항해야 하는 협수로 구간에서 휴대전화를 보느라 자동항법장치에 선박 조종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여객선은 방향 바꾸는 변침(變針) 시기를 놓쳤고, 무인도로 돌진해 좌초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사고 발생 지점은 수심과 항로 폭이 좁은 협수로로 파악됐다. 협수로에서는 항해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통상 선박은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해 운항하지 않는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협수로에서 수동으로 운항해야 한다는 매뉴얼은 따로 없지만 일반적으로 협수로에서는 자동항법으로 운항하지 않는다”며 “자동조타를 이용해 항해를 하는 상황에서도 협수로가 나타나면 수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일등항해사는 해당 시간대 당직자였으며, 당시 선장은 일시적으로 조타실에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해 해경에 좌초 사고를 최초로 신고한 사람도 항해사로 확인됐다.

지난 19일 오후 8시 17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좌초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서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하선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해경은 선원의 운항 과실이 드러난 만큼 관련자들을 형사 처분할 방침이다. 해경은 이날 오전 여객선 좌초시킨 혐의(중과실 치상)로 일등항해사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를 긴급체포했다. 해경은 이들을 구속한 뒤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일등항해사는 조사 과정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변침하는 시점이 좀 늦었다”며 “이후 타기를 수동으로 조작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좌초 지점 1m 전방에서야 조타를 시도한 선원들의 과실과 선체 결함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후 현장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사고 여객선은 사고가 난 지 9시간여 만에 인근 항구로 입항했으며, 사고 조사와 안전 점검 등을 위해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해경은 선체 내·외부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와 항해기록저장장치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난 19일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도 남방 족도에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퀸제누비아2호’는 제주에서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267명을 태우고 목포를 향하던 중 신안 앞바다의 무인도에 좌초됐다. 배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들은 사고 접수 3시간10분여 만인 전날 오후 11시27분쯤 모두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여객선은 사고 발생 9시간27분만인 이날 오전 5시44분쯤 목포시 삼학부두에 자력 입항했다. 승객들은 전원 구조됐으나 차량이나 화물을 두고 내린 탓에 여객선이 항구에 돌아올 때까지 선사 측이 제공한 숙소에 머물렀다. 승객 중 일부는 좌초 당시 충격으로 경미한 통증이나 두통 등을 호소해 총 27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최경호.황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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