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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개 폭력조직 얽혀...보이스피싱 대포통장 공급책 59명 검거

중앙일보

2025.11.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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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대포 통장을 공급하는 폭력 조직원이 대포 물건을 수거하는 현장 모습. [사진 강원경찰청]


피해자 63명, 피해액 37억5000만원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대포 통장을 공급해 수십억원대 사기 피해를 유발한 폭력 조직원 등 일당이 붙잡혔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사기·전자금융거래법·전기통신사업법 등 위반 혐의로 6명을 구속하고 5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캄보디아 기반 피싱 사기 조직에 대포통장 191개와 스마트뱅킹용 휴대전화를 제공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 피해자 63명에게 총 37억5000만원의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물건을 공급하면 대가로 건당 500만∼1000만원을 받아 챙겨 약 10억원의 수익금을 손에 쥐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넘겨받은 대포 물건을 이성적 호감을 가장해 접근한 후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로맨스 스캠과 투자 사기 등 50건이 넘는 범죄에 활용했다.



물건 공급 대가 건당 최대 1000만원

이 밖에도 군부대 사칭 노쇼(no-show·예약 부도) 사기, 인터넷 직거래 사기, 납치 빙자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범죄에도 대포통장이 함께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3월 강원 춘천권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폭력조직원이 피싱 사기와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강원·광주·대전·울산 등 전국 4개 폭력조직원 11명을 포함한 유통조직원 59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6명은 구속됐다.

수사 결과 이들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넘기는 국내 총책, 국내에서 공급을 관리하는 관리책, 모집책 그리고 명의를 제공하는 명의 공급책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대포 통장을 공급하는 폭력 조직원이 대포 물건을 수거하는 현장 모습. [사진 강원경찰청]


인관관계 밀접한 지인으로 조직 꾸려

이들 조직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역 내 인간관계가 밀접한 20~30대 선후배, 지인들로 인원을 꾸렸고 이탈 조짐을 보이는 조직원에게는 협박을 일삼으며 범행을 강요하기도 했다.

조직원들은 버스 수화물을 이용해 물건을 전달하거나 텔레그램 등 비대면 수단으로 소통하며 수사망을 피했다. 계좌가 지급정지 될 가능성도 고려해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공유했다. 여기에 계좌 인증 절차나 수익금 무단 인출 방지를 위해 지인 명의 대포통장만 알선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이어갔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조직원 상당수가 상부로부터 변호사 비용, 벌금, 금융기관 제출용 소명자료 제작 등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범행을 지속해 온 사실도 확인했다.

최현석 강원경찰청장은 “고액의 금전적 유혹에 계좌나 유심을 불법 대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 같은 대포 물건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를 양산하고 사기죄 공범으로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단속과 엄정한 수사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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