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각종 논란으로 얼룩졌던 인수위 시기를 끝내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통령 취임을 앞두게 됐다. (이하 경칭 생략) 여기서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윤석열은 과연 언제부터 대통령을 꿈꿨을까. ‘실록 윤석열 시대’는 이미 제5회와 6회에서 이 의문을 일부 다뤘다. 그러나 거기 나온 증언, 전언들은 대부분 윤석열의 ‘선의’를 믿은 이들의 것이었다. 다시 말해 조국 수사를 강행할 당시만 해도 그에게 정치적 야심이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취재가 이어지면서 그와 배치되는 증언들이 속속 수집되기 시작했다. 시기적으로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할 무렵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그 부분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려는 이유다.
여기 그와 관련해 ‘실록 윤석열 시대’ 취재팀에 힌트를 준 한 인사의 회고가 있다.
“왜 우리가 공격받죠?”...김건희는 다급했다
테이블 위에 둔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그는 관성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 유재일씨 되십니까? "
중년 여성의 음성이 수화기를 타고 귓가로 넘어왔다. 약간은 걸쭉하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 전화를 걸어온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 김건희라고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안사람입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휘몰아치던 2019년 9월 즈음, 정치평론가이자 ‘친문 유튜버’였던 유재일씨와 김건희 여사는 이렇게 연을 맺었다.
김건희가 일면식도 없던 유재일에게 전화를 걸어온 건 급변하는 여권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조국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서 시작한 수사였다”는 게 윤석열 부부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런데 웬걸,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이 거셌다.
김건희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워했다.
" 청와대에서도 조국 수사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데 친여 유튜버들이 왜 우리를 공격할까요?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러는 거죠? "
정의당과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좌파 짬밥’을 먹은 유재일은 김건희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황을 설명했다.
" 문재인과 이해찬의 싸움이 본질입니다. 그러니 친여 세력의 윤 총장 공격은 치열한 내부 권력 다툼이란 시각에서 모든 상황을 해석해야 합니다. "
참고로 제6회에 등장했던 지난 정권 국민의힘 중요 당직자 B의 다음 발언을 되짚어 보면 유재일의 설명이 더 쉽게 이해된다.
" 문재인 정권은 ‘문재인파’와 ‘이해찬파’로 나뉘어 있었고 서로 알력 다툼이 심했는데, 조국은 당시 문재인파가 아니라 이해찬파였다는 거죠. "
김건희는 이날 이후 사실상의 ‘친문 일타강사’였던 유재일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즈음 유재일 역시 방송과 유튜브에서 조국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민주당 지지층에게서 조리돌림 당하던 처지였다. 그와 김건희 사이에는 일종의 연대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재일은 현 상황 분석을 넘어 ‘윤석열의 ‘반전 카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한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 보수로 갑시다. 보수로 가서 대권을 잡아야 윤석열이 삽니다. "
진보 정권 검찰총장에 대한 ‘보수 도강(渡江)’ 제의는 유재일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도출된 것이었다. 좌파에서 찍힌 그는 자신의 세상이 그대로 무너질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외려 보수 진영에서 열렬한 환영과 함께 이른바 ‘슈퍼 챗(Super Chat·유튜브 후원 기능)’이라 불리는 금전적 후원까지 쏟아졌다.
보수 진영으로의 귀순. 위기 뒤에 맞이한 기회였다. 그는 윤석열과 김건희에게도 같은 길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재일의 ‘깜짝 제안’은 김건희를 펄쩍 뛰게 했다.
" 미친 소리 하지 마세요! "
김건희는 왜 그걸 ‘미친 소리’라고 했을까. 김건희가 숨가쁘게 이어붙인 다음 발언 속에 그 이유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