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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이집트가 중동 갈등 중재하듯…韓도 단계적 비핵화 추진”

중앙일보

2025.11.19 19:01 2025.11.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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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를 공식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알 아흐람’ 기고문을 통해 “실용적, 단계적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순방에 나선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전날 카이로 국제공항을 통해 이집트로 입국했다.

이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중동 갈등 해소 과정에서 이집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가 만들어 나갈 모든 미래의 기본적 토대는 평화”라며 “이집트 국민이 많은 도전과 불확실성 속에서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년간의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이집트는 중재국으로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외교적 인내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집트는 이스라엘·하마스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미국과 카타르 등 국제 파트너와 협력해 60일 휴전안을 제시하는 등 휴전 협상 중재에 참여했다. 가자 지구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 임시 주거시설 조성 등 실효적 구호 정책도 추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마치고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오후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단절되고,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되며,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방법으로 “실용적, 단계적 해법”을 언급했다.


‘단계적 해법’은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수차례 밝혔던 한반도 비핵화 방향이다. 지난 8월 일본 방문을 앞두고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고 3단계 비핵화론 처음 언급했다. 9월 미국 뉴욕 유엔(UN)총회 기조연설에선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을 언급했다. 또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앞글자를 딴 ‘E.N.D 이니셔티브’를 밝혔다.


올해는 한국과 이집트 수교 30주년이다. 이 대통령은 양국 수교가 공동 성장을 한 결정적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마치고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오후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나온 이집트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집트의 삼성전자·LG전자 공장에서 TV, 세탁기, 스마트폰이 생산돼 이집트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 기업의 메트로 전동차는 카이로 시민들의 발이 되어 이집트 시민들의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가 공동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나일강의 범람을 파피루스에 기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고려 시대 세계 최초 금속활자 책인 ‘직지심체요절’은 언급했다. 나일강과 한강도 비교했다.


이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을 일궈낸 이집트인들의 원대한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일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공식 오찬 등이 예정돼있다. 이 대통령은 양국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의 교역·문화협력을 확대하자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카이로 대학교 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對)중동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마치고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오후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나온 이집트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윤성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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