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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 충돌' 1심 벌금형…나경원·송언석 등 전원 의원직 유지

중앙일보

2025.11.19 22:22 2025.11.1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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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회에서 벌어진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를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옛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관계자에게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5년 10개월 만이자, 사건이 발생한 지 6년 7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이 기간에 대선·총선이 각 두 차례, 지방선거가 한 차례 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공동폭행,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황 대표와 나 의원 등 옛 자유한국당 의원 및 관계자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나 의원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선 벌금 2000만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는 각각의 혐의에 대해 벌금 1500만원, 400만원이 선고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벌금 1000만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국회법 166조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이 선고된 경우 의원직이 상실된다.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일반 형사 사건에 해당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이번 선고로 나 의원과 송 원내대표 등 현역 6명은 모두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같은 당 김정재 의원에게도 벌금 1150만원, 이만희 의원과 윤한홍 의원에게는 각각 벌금 850만원과 75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도 모두 의원직 상실형은 피했다.

황 대표 등은 2019년 4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공직선거법(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강행 처리를 저지하려다 발생한 충돌로 기소됐다. 당시 현직 의원이었던 23명과 당직자·보좌진 3명 등 총 27명이 대상이었다. 이 중 고(故) 장제원 의원은 공소기각됐다.




"국민의 신뢰 훼손한 사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에 '도구'를 사용해 진입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국회 의안과 사무실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등을 점거하고 회의 진행을 방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6시간 동안 감금했다고 한다. 국회선진화법은 ‘누구든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 출입하기 위해 회의장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선 안되고(148조), 회의 방해 목적으로 부근에서 폭력 행위를 해선 안 된다(165조)’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의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장 부장판사는 “헌법과 법률을 더 엄격하게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들을 저지하거나 국회의 운영을 방해한 것이므로 죄책이 가볍지 않고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마련한 의사결정 방침을 그 구성원인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 참석이 물리적으로 힘들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이 의사 진행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성숙한 의정생활 못해 비롯된 사건"

서울남부지법 뉴스1

다만 재판부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위법한 입법 폭주 행위를 막으려 한 정당한 행위였다”(나 의원)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일부 타당하다고 봤다. 장 부장판사는 “국회가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설득을 통해 법안을 제정해야 하는데, 성숙한 의정생활을 하지 못해 비롯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쟁점 법안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쟁점법안이 입법됐고, 피고인들이 행사한 폭력이 상대방의 출입 막아서는 등 간접적 형태로 범행한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판을 “법원이 민주당의 독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 의원은 1심 선고 직후 서울남부지법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인 사건을 6년 동안이나 사법재판으로 끌고 온 것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법원은 우리의 정치적 항거에 대한 명분을 명백하게 인정했고, 어떻게 보면 민주당이 의회 독재를 시작하게 된 재판이라는 점에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선 “조금 더 판단해보고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1심 선고까지 5년 10개월 걸린 점을 두고 “어떤 결론이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이 적용받는 혐의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데, 대부분은 20대 국회의원으로서 4년간 임기를 마치고 여의도를 떠난 지 5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부는 “그간 많은 선거를 통해서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전·현직 당직자 10명에 대한 재판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 12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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