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이와 같은 의견을 이미 전달했으며, “(국토교통부가 토허제 해제를) 검토해본다고 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일 제333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김종길(국민의힘·영등포2) 서울시의회 의원의 질의에 “진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토허제를 시행하면) 단기적으로 집값이 통계상 잡힌 것으로 나온다. 지금 와서 (토허제를) 풀면 그때 당시와는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히 해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토허제 해제를) 지금은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토허제, 서민이 더 큰 피해”
앞서 정부는 지난달 15일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전역 등을 토허제로 묶었다. 정책 시행이 약 한 달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토허제를 풀어야 한다는 오 시장의 근거는 ‘풍선효과’다. 풍선효과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푸는 풍선처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풍선효과가 걱정되더라도 (토허제) 지정을 최소화했어야 했는데, 처음에 너무 넓혀놨다”고 지적했다.
김종길 시의원은 “서울 지역 전체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되면서, 강남 쪽은 오히려 규제가 풀린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역으로 그렇게 해석이 된다. 결국 현금을 가진 분들에게 유리해진다”며 “은행 대출을 막으면 재원이 부족한 서민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다”며 동의를 표시했다.
정부 정책 원복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애초 10·15 부동산대책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오 시장은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토허구역 지정은 최소화해야 하는데 (정부에) 그런 의견 제시할 기회 못 가져 아쉽다”며 “만약 저희(서울시)에게 (정부가) 의견을 물었다면, ‘(토허제 해제는) 부작용이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거나, 적어도 ‘토허허가구역 지정은 최소화해야 하고 투기과열지구 지정까지 동시에 하면 조합 내 난기류가 생기므로 예외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3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직접 만나 주택 공급난 해소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국장급 채널을 만들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13일) 이런 설명(토허제의 풍선효과와 서민 주거 안정 저해)을 드렸고, 장관이 검토해본다고 했다”며 “금융·경제 부서와 부동산 공급 태스크포스(TF)를 만든다고 하니 거기서 논의해 금융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서울 주택공급, 박 전 시장이 제초제 뿌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해서는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오 시장의 판단이다. 그는 이날 시정질문에서 “서울의 주택공급 절벽은 박원순 전 시장이 대규모로 구역 지정을 해제한 여파”라며 “(논밭을) 뒤엎은 정도가 아니라 제초제까지 뿌리고 갔다”고 비유했다.
그는 “서울시장으로서의 주택공급은 전임자를 잘 만나야 한다. 웬만하면 전임 시장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데, 주택 공급만큼은 최근 시장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하는 분들이 자꾸 이 문제를 현 시장 탓으로 돌리셔서 당연한 원리를 반복해 말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오세훈 시장의 토허구역 해제는 서울 부동산에 기름을 부어 불장으로 만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