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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투표로 대의원제 무력화 나선 與…"1인 1표제 찬성 86.8%"

중앙일보

2025.11.20 02:46 2025.11.2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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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호남발전과제 보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9~20일 이틀간 진행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관련 당원투표 결과가 찬성 86.81%, 반대 13.19%로 집계됐다. 정청래 대표는 20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직후 “당원주권시대를 압도적 찬성으로 열망하는 것이 당원들 뜻임을 확인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국민주권시대에 걸맞게 민주당을 명실상부한 당원주권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투표 참여율이 16.81%로 다소 저조했는데도, 정 대표의 ‘당원 민주주의’ 기조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번 투표에는 참여 대상자 164만여명 중 27만여명이 참여했다. 지금까지의 전 당원 투표 참여율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묻는 전 당원 투표 때 당원 30.6%가 참여해 이 중 74.1%가 찬성했다. 두 달 뒤 비례위성정당과의 합당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쳤을 때도 투표율 22.5%, 찬성률 84.1%였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의결권 행사가 아닌 의견수렴 투표임에도 비교적 높은 투표율, 압도적 찬성률을 보여줬다”(박수현 수석대변인)고 주장한다. 정 대표는 지난 17일 “역사적인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다”고 예고했다가 당내에서 투표 자격 논란이 일자 “참고용 조사일 뿐”이라며 ‘전 당원 투표’ 공지를 ‘권리당원 의견 수렴 투표’로 수정했다.

이번 투표 안건은 세 가지였다.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외에도 ▶광역·기초 비례의원 선출 시와 ▶공천 희망자 4인 이상인 지방선거 예비경선 시 권리당원 투표를 100% 반영하는 데 대한 당원 찬반을 조사했다. 나머지 두 안건의 찬성률은 88.5%, 89.57%였다.

당헌·당규 개정에는 최고위원회-당무위원회-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개정이 현실화하면, 1990년대부터 민주당에 뿌리내려온 대의원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가 선출된 지난 8·2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 1표가 대략 권리당원 17표와 같았다. 대의원의 의사 반영 비율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당내에 존재했지만,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해당 룰 개정에 본격 착수했다. 2023년 11월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비중이 60:1에서 20:1 미만으로 확 낮아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호남발전과제 보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후 ‘1인 1표제’를 들고 나온 정 대표를 두고 당내에서는 “권리당원과 함께 자신의 입지를 강화해 내년 8월 차기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노리기 위한 포석”(중진 의원)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전당대회 때 정 대표의 전국대의원 득표율은 46.91%, 권리당원 득표율은 66.48%였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의원제 무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수도권 지역 의원은 “호남과 수도권 반발은 없겠지만, 열세 지역 당원은 민주당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며 “그래서 이재명 대표 때도 대의원 표 가중치를 유지했다”고 했다. 민주당원 중 호남·광주 비율은 33%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대의원 없이 지역구가 굴러가지 않는다”며 “당에서 집회할 때에도 대의원이 오고, 선거철에 후원금을 내는 것도 대의원인데 앞으로 걱정”이라고 했다.

당원 투표를 명분 삼아 대의원제의 힘을 빼는 시도가 “대의 기능을 약화하고, 당원의 감정적인 의사결정에만 기대는 결과를 초래할 것”(원내 소속 의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 지도부가 논란 소지가 큰 결정을 강행할 때마다 당원 투표 명목으로 책임을 피하는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2020년 3월 위성 정당 창당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쳐 정의당 등에게 “미래통합당을 ‘꼼수’라고 해놓고 당원 뒤에 숨는다”고 비판받았다. 민주당은 22대 총선을 앞둔 2024년 2월에도 병립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전 당원 투표에 묻겠다고 결정했다.

각 지역에서는 한 달에 당비 5000원을 납부하는 대의원의 권한 재정립을 요구하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투표권이 낮아진 데 대한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당 지도부에서 ‘대의원 정책자문단’ 신설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지만 호응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1인 1표제’에 동의한다는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지도부 선출이 아닌 정책 결정 안건에 한해 전 당원 투표 대신, 대의원 투표만을 진행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강보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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