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클린스만과 다르다 '기적의 월드컵 진출' 이뤄낸 아이티 감독, 한 번도 아이티 가본 적 없다..."가지 못한 이유가 있다"

OSEN

2025.11.20 03:1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정승우 기자] 아이티 축구가 기적 같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그런데 그 뒤엔 한 가지 믿기 어려운 사실이 있다. 팀을 이끈 감독이 아이티 땅을 단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BBC는 19일(한국시간) "아이티가 니카라과를 2-0으로 꺾고 1974년 이후 51년 만에 두 번째 월드컵 진출을 이뤄냈다. 놀랍게도 감독 세바스티앙 미녜(52)는 취임 1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이티에 가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미녜 감독이 발을 들이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2010년 대지진 이후 아이티는 국가 기능이 붕괴된 상태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대부분은 무장 갱단이 장악했고, 주민 130만 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식량난은 '기근 단계'에 근접했다. 납치·범죄·테러 위험이 극단적으로 높아 여행객 입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지 정세가 악화되면서 국제선 항공편은 전면 중단됐다. 결국 아이티 대표팀은 500마일(약 800km) 떨어진 카리브해의 키우라소를 '가짜 홈구장'으로 삼고 있다. 미녜 감독은 "아이티는 너무 위험해 들어갈 수 없다. 나는 보통 일하는 나라에 직접 거주하지만 이번엔 불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 발굴과 전력 구상까지 모두 원격으로 진행해야 했다. 현지에 남아있는 축구협회 직원들이 전화로 선수 정보를 알려주면, 미녜 감독은 해외에서 영상 분석과 소집 명단 조율을 맡았다. 그야말로 '전화 감독'이 월드컵 진출을 만들어낸 셈이다.

현재 아이티 대표팀은 전원 해외 소속이다. 울버햄프턴의 프랑스 출생 미드필더 장-릭네르 벨가르드가 포함돼 있고, 프랑스 국적이지만 부모가 아이티 출신인 선덜랜드 공격수 윌손 이지도르도 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전체 선수단의 절반 이상은 아이티에서 태어났지만, 나머지는 해외에서 태어난 아이티계 선수들이다.

니카라과전 승리로 아이티는 미국·멕시코·캐나다가 공동 개최하는 2025 여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파나마(엘살바도르전 3-0 승리), 자메이카와 비기며 첫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키우라소가 이번 북중미 예선에서 본선행을 확정한 다른 팀들이다.

아이티는 1974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폴란드·아르헨티나에 패해 조기 탈락했다. 그 긴 세월이 지난 뒤, 전쟁과 무정부 상태 속에서 감독과 나라가 한 번도 얼굴을 맞대지 못한 채 이뤄낸 월드컵 본선행. 세계 축구가 주목할 만한 기적 같은 스토리가 또 한 번 현실이 됐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