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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단절해야" "우리만의 투쟁 안 돼" '중도 확장' 요구받은 장동혁

중앙일보

2025.11.20 03:19 2025.11.2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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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일 국민의힘 3선·재선 의원 일부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중도 확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과 1시간 동안 비공개로 면담했다. 의원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면담에는 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장 대표에게 ‘반성이 담긴 메시지’를 주문했다고 한다. 권 의원은 면담 종료 후 취재진에게 “장 대표 취임 이후 당내 분열과 갈등이 상당히 안정됐지만, 내년 선거에는 외연을 확장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권 의원은 “비상계엄 1년이 장 대표 취임 100일이 된다”며 “그날을 계기로 저희가 (계엄 당시) 집권 여당 일원으로서 국민들께 잘못한 부분을 돌아보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라고도 했다.

중도 확장 방법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 언급됐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갔다 왔으니 지지층에게는 할 만큼 한 셈”이라며 “우리가 의견을 냈으니 대표도 운신의 폭을 넓힐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지방선거를 잘 치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 당명 개정,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등도 거론됐다고 한다.

이에 장 대표는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답을 드리겠다. 지선에서 승리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새벽 3시까지도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을 만큼 고민이 많다”고 대표로서의 고뇌를 토로하면서 “지선에 대한 로드맵이 있으니 믿고 지켜봐달라”고도 덧붙였다. 엄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에게 “당 지도부가 다음 달 3일에 성찰과 반성의 각오를 다지는 좋은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예고했다.

엄태영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2022년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장 대표는 이날 3선 의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 한 참석자가 “규탄대회 등 장외투쟁을 하더라도 직능단체와 소통을 강화하는 등 우리만이 아닌, 국민이 다 같이 움직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오찬에는 송언석 원내대표를 포함해 김석기·김정재·송석준·이만희·이철규·임이자·정점식·추경호 의원이 참석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장 대표가 중도 확장 요구에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4선 의원 오찬에서 “12월까지 집토끼를 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이날 3선 의원들에게도 ‘단합’을 당부했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장 대표는 “비상계엄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큰 싸움이 벌어지는 시점”이라며 “우리도 힘을 모아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참석자들도 “함께 잘 싸우겠다”, “지금은 내부총질보다는 뭉쳐서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호응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익명을 요구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패스트트랙 사건 선고가 있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기엔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4선 의원 오찬과 달리 윤 전 대통령 면회나 ‘우리가 황교안이다’ 발언 등에 대한 해명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준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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