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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 反마약범죄 활동가 동생 피살…정부, 대응 고심

연합뉴스

2025.11.20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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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폭력이 법이 되는 반사회적 체제 구축하려는 것" 마크롱, 긴급회의 소집…마약 범죄 대응 강화 주문
프랑스서 反마약범죄 활동가 동생 피살…정부, 대응 고심
"그들의 폭력이 법이 되는 반사회적 체제 구축하려는 것"
마크롱, 긴급회의 소집…마약 범죄 대응 강화 주문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에서 마약 범죄에 맞선 싸움에 앞장서던 환경운동가의 가족이 살해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2시30분께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 시내에서 20세 청년이 총격에 살해됐다. 용의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피해자가 막 주차한 차 옆으로 다가와 범행한 후 도주했다.
수사 당국은 경찰이나 사법 당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를 상대로 용의자들이 계획적으로 범행한 점에 비춰 이번 사건이 지역에서 마약 범죄와 투쟁하는 그의 가족과 관련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피해자의 형인 아민 케사시는 2020년 12월 친형이 마약 관련 사건으로 살해된 후 자신과 같은 처지의 피해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를 설립해 활동했다. 도시의 저소득 지역에서 마약 거래의 폐해를 고발하거나 정치권을 상대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조기 총선 당시엔 좌파 연합 소속으로 출마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8월부터는 경찰의 마약 관련 수사에서 그를 겨냥한 위협이 드러나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대리 살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고, 마르세유 검찰청의 니콜라 베송 검사도 "이는 조직범죄의 수법으로 사전 계획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명백한 보복성 살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치권과 지역 사회는 이번 사건을 마르세유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마약 범죄 조직들이 사회에 던지는 협박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로르 베퀴오 파리검찰청장은 19일 저녁 라디오 프랑스앵포에서 "이런 종류의 충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자들은 조직범죄의 최상위 계층에 속한다"며 이들의 목적은 "아무도 말하지 못하게 하고, 그들의 폭력이 법이 되는 반사회적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8일 엘리제궁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마약 밀매와의 전쟁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로랑 뉘네즈 내무장관과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은 20일 마르세유를 방문해 상황 점검에 나섰다.
장 노엘 바로 외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초국적 조직범죄에 대한 제재 체제 구성을 제안하겠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밝혔다.

거대 항구 도시인 마르세유는 오랫동안 범죄조직들이 활동해 온 곳으로, 주요 해상 무역로에 있어 프랑스 내 마약 밀매 조직의 거점이 됐다.
몇몇 대형 조직이 시장을 장악하는 이탈리아 나폴리 등과 달리 이곳에는 여러 독립 갱단이 활동하는 탓에 조직 전체를 근절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마약 판매 지역이 주로 고지대에 복잡한 골목이어서 경찰 접근도 쉽지 않다. 물론 경찰 인력도 부족하다.
높은 실업률과 도시 빈곤화 탓에 청소년들이 돈벌이를 위해 마약 밀매 조직에 가담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특별 경찰 부대를 파견하고 청년 지원,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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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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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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