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거대 연구장비를 활용해 대형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대학원이 있다. ‘국가연구소대학원’으로 불리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다. 정부 출연 과학기술 연구소들이 함께 만든 대학원이다. 서울 동대문구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전국 30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학교이다. 학부 과정이 없다. 국내 최고 연구중심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올 2월 박사 졸업생 1인당 국제학술지(SCI급) 논문 수는 4.46편으로, KAIST(3.67)보다 많다. 전원 등록금이 면제될 뿐더러 월 143만~30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는다. 지난 5일 대전 유성 UST 본부에서 강대임 총장을 만났다. 취임 9개월 차인 그는 UST 교육 혁신의 핵심으로 ‘창업’을 먼저 꺼냈다.
강 총장은 “연구·개발(R&D)의 마지막 단계는 논문이 아니라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강 총장은 연구원장 시절 경험을 꺼냈다. 당시 기술 이전을 받은 기업 10여 곳을 찾아갔다. 그는 “기술은 훌륭했지만 대부분 상품화 단계에 가기 전에 멈춰 있었다”며 “연구자들은 논문·특허까지가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시장과 고객은 전혀 다른 기준으로 기술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연구개발에서 사업화까지 R&D의 전 주기를 경험하면 연구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다”며 “성공해도 좋고, 실패해도 좋다. 다만 경험을 해봐야 ‘기술의 끝’을 이해한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UST 학생들도 창업에 긍정적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 500명 중 100여 명이 창업에 관심이 있고, 이 중 70% 이상이 ‘제도가 허용한다면 실제 창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강 총장은 “현재로선 UST 학생이 출연연 소속 연구원 신분이기 때문에 창업을 하면 연구소 일을 할 수 없고 학적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걸림돌을 없애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UST의 또 다른 고민은 전체 재학생의 30%를 차지하는 외국인의 국내 정착률이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UST의 외국인 유학생 중 55%가 졸업과 함께 한국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총장은 “우리나라 많은 대학이 한국어가 안 되는 외국 유학생을 받아 등록금 충당하는 게 현실이지만 UST 외국인 학생들은 차원이 다른 인재들”이라며 “저출산의 여파로 과학기술 인력도 급감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데, UST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한국에 남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더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ST는 2004년 개교했다. 입학생은 서울과 수도권 국립·사립 명문대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까지 다양하다. 졸업생의 약 10%는 해당 출연연 정규 연구자가 된다. 기업 연구소, 대학 등으로도 간다. 강 총장은 “UST 졸업생은 SCI 논문 게재, 특허 출연, 기술 이전 실적이 우수하고,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연구자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강대임=고려대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석사를,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한국표준연구원에 입사해 표준연구원장(2011~2014)을 지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부총장(2016~2018)을 역임했고, 벤처기업 헥사의 대표이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