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고공상승의 배경으로 정부가 업체들의 담합을 의심하면서, 식품 업계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제당업계 현직 대표와 전직 임원이 구속되는 등 강도 높은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식품업계 안팎에서는 설탕뿐 아니라 밀가루 등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식품 가격 담합 의혹 조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부터 설탕 업계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권을 행사해 고발장을 접수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과 삼양사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부당하게 독점적·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물가를 올리고 서민 부담으로 가중시키는 건 철저하게 가진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관리·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담합 의혹의 첫 타깃이 된 제당업체들은 완제품 설탕을 수입하는 대신 대부분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판매하고 있다. 원당은 관세율이 3%에 그치지만 정제당의 관세율은 30%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완제품의 관세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한 것은 국내 산업 보호와 물가 안정 등의 목적이 크지만 이 때문에 국내 제당시장의 과점구조가 굳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제당시장의 90% 이상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당업체의 담합을 막고 가격을 안정을 시키기 위해 관세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제당 할당관세(일정 기간까지 한정된 수입 물량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 물량을 늘리거나 세율 자체를 낮춰 저렴한 수입 설탕이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설탕 할당관세 세율과 물량을 책정하기 위해 이들 부처와 협의 중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 다른 업체들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업계 전반으로 불똥이 확산되지는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써 제분업계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시작됐다. 설탕값과 더불어 밀가루 가격이 빵값 인상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국내 제분 시장은 CJ제일제당·대한제분·사조동아원 3개사가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7개 제분업체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가격 협의나 출하 시기 조정 등 담합 혐의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