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올레 군나르 솔샤르(52)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만든 토대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그리고 그 토대가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 그 한가운데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 알 나스르)가 있었다.
영국 'BBC'는 20일(한국시간) "지금이야말로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의 재임기를 다시 들여다봤다. 핵심은 명확했다. 솔샤르의 맨유는 생각보다 훨씬 잘 돌아가고 있었고, 그것을 무너뜨린 건 예상 밖의 변수였다는 점.
맨유는 최근 토트넘 홋스퍼 원정에서 극장 동점골을 터뜨리며 5경기 무패를 이어가고 있다. 리그 7위지만 3위 첼시와 승점 차는 단 2. 지난 2년간 고전하던 흐름과 비교하면 반등세가 뚜렷하다. BBC는 "불과 몇 년 전, 솔샤르 감독 아래 맨유가 리그 2위를 찍었던 사실을 모두 잊어버렸다"라고 했다.
솔샤르는 늘 과소평가되는 감독이었다. 몰데에서의 성공도, 카디프에서의 실패도 모두 그를 '운 좋게 맨유 감독이 된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묶어뒀다. 하지만 내부자의 시각은 정반대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감독이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그가 캐링턴에 돌아온 첫 순간, 클럽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프런트 직원부터 스태프까지, 퍼거슨 시절의 인간미를 팀에 다시 가져왔고, 이는 경기력으로 즉시 이어졌다. 부임 직후 17경기에서 14승 2무 1패. 파리 원정에서 마커스 래시포드의 극장 페널티 킥으로 PSG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랐던 순간은 여전히 퍼거슨 이후 맨유 최고의 기적 중 하나로 회자된다.
솔샤르는 뛰어난 전술가라기보다 분위기와 구조를 만드는 지도자였다. 훈련은 키에런 맥케나 코치가 주도했고, 솔샤르는 방향성과 선수관리를 맡았다. 선수단은 그를 전폭적으로 따랐고, 퍼거슨 이후 가장 건강한 드레싱룸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첫 시즌 6위 이후 2년 연속 3위, 2위. 컵대회 6번 중 5번 4강. 단 하나의 트로피가 부족했을 뿐, 내용은 분명 안정적이었다.
이 모든 밸런스는 2021년 여름 한 순간에 흔들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복귀.
호날두 합류 당시 맨유는 기대감으로 들끓었다. 선수들은 그를 원했고, 솔샤르 역시 그의 기준과 영향력을 환영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호날두를 중심에 둔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솔샤르가 2년 넘게 구축해온 전술적 토대가 무너졌다. 팀은 더 이상 압박과 활동량을 담보할 수 없었고, 필요한 역할 분담도 깨졌다.
BBC는 "호날두가 가져온 기분 좋은 파동이, 동시에 솔샤르의 시스템을 빼앗아갔다"라고 적었다. 단순한 폼 저하가 아니라 구조 전체가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그 여파는 빠르게 드러났다. 두 달 남짓한 기간 11경기 6패. 안필드에서 당한 0-5 참패, 이어진 왓포드전 1-4 충격패는 솔샤르의 끝이었다. 그러나 당시에조차 팀 내부에서는 "라커룸을 잃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불만을 가진 몇몇만 있었고, 대다수는 여전히 그를 지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BBC에 따르면 솔샤르는 스스로도 마지막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 다음 날, 에드 우드워드와의 짧은 면담으로 3년 가까운 여정을 마쳤다.
그가 떠난 뒤 마이클 캐릭과 랄프 랑닉 체제에서 같은 스쿼드가 급반등하긴 했지만, '솔샤르라면 같은 반등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BBC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남겼다. "돌이켜보면 솔샤르의 시간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훨씬 더 높게 평가받아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솔샤르가 만든 맨유의 토대는 훌륭했고, 그 흐름을 끊어버린 건 호날두라는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수'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