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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엡스타인 문건 공개 서명…‘판도라 상자’ 열린다

중앙일보

2025.11.2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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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운데) 앞을 지나 기념 촬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정계를 뒤흔들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 ‘엡스타인 문건’을 공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전날 연방하원이 427 대 1의 압도적 차이로 표결한 데 이어, 상원이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킨지 단 하루만이다. CNN은 “(트럼프의) 정치적 패배이자 레임덕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에 서명한 뒤 소셜미디어(SNS)에 “2019년 트럼프 법무부에 기소된 엡스타인은 평생 민주당원이었고 민주당 정치인에게 수천 달러를 기부했다”며 “민주당 인사들과 엡스타인의 연관성에 대한 진실이 곧 밝혀질 것”이라고 적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정치 활동가 리드 호프만,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스테이시 플라스켓 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은 엡스타인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으로 법무부는 30일 이내에 엡스타인과 관련한 “모든 기밀 기록, 문서, 통신 및 수사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을 비롯한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에게서 성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의 리스트가 존재한다거나, 심지어 사인이 자살이 아니라 핵폭탄급 리스트 등을 은폐하기 위해 벌인 타살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년대 초까지 엡스타인과 공공연히 어울렸다. 성범죄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04년무렵 엡스타인과 결별했고 부적절한 행동도 없었다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지난주 민주당이 공개한 엡스타인의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짖지 않는 개”라고 칭하며 “○○○(피해자)가 그(트럼프)와 함께 내 집에서 수 시간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한 사실이 드러났다.

1년 뒤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엡스타인 문건에 크게 동요했다. 핵심 마가(MAGA)로 꼽히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마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고 문건 공개 청원에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건 공개에 미온적이었지만, 의회 표결에서 당내 이탈표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문건 공개에 찬성표를 던지라”며 전략을 수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문건이 공개되면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의 지지율은 3년여만에 처음 민주당에 역전됐다. NPR·PBS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지금 선거가 치러지면 어디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55%가 민주당을 꼽았다. 공화당을 찍겠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39%로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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