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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엔사 통해 북과 대화 시도”에, 유엔사 “전달한 적 없다”

중앙일보

2025.11.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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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사령부(UNC)가 20일 “우리는 남북 대화와 관련한 어떤 메시지나 제안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국방부가 북한에 군사분계선(MDL) 기준선을 논의하기 위해 군사 회담을 제안하면서 “유엔사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대북 통지 시도를 했다”고 설명한 데 대한 사실상의 반박이다.

유엔사는 이날 관련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유엔사는 (전방의)상황을 인지하고 군사분계선 관련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MDL 문제들과 관련해 북한군에 관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남북 대화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이나 제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엔사 차원에서 접경 지역 긴장 관리를 위해 북측에 접촉한 적은 있으나, 한국 정부의 제안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언론의 질의에 응답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통상 정부 정책에 대한 논평 자체를 자제하는 유엔사가 공식 입장을 통해 이처럼 명확히 선을 그은 건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앞서 국방부는 김홍철 정책실장 명의로 MDL 기준선 재설정을 위한 군사회담을 북측에 공개 제안하며 유엔사와의 협의를 강조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유엔사와 협의해 왔고, 지금까지 협의한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북 통지를 시도했으나 아직 응답이 없다”고 밝혔다.

‘남북한 관련자들끼리 MDL 문제를 협의해보자고 유엔사·북한 측 채널을 통해 여러 번 제안했는데, 북한에서 답이 없어 언론 발표를 통해 제안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유엔사와 북한군 간 소통 채널인 이른바 ‘핑크폰’을 통해 그간 물밑에서 대북 협의를 시도해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유엔사는 정부 입장과 거리를 둔 것이다. 국방부는 발표 이튿날인 지난 18일 “우리 측 회담 제안이 유엔사 채널을 통해 북측에 전달된 것은 아니다”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했는데, 유엔사의 이런 입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유정.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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