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카이로대학교 연설을 통해 대(對) 중동 구상인 ‘SHINE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SHINE’은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의 영문 첫 자를 딴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키워드가 평화(안정·조화), 번영(혁신), 문화(네트워크·교육) 영역에 걸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안정·조화와 관련해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2007년부터 레바논에 동명부대를 파병한 점,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건설적인 해결에 뜻을 모았다는 점, 분쟁지역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가자 사태 극복을 위해 이집트 적신월사(이슬람권 구호 단체)에 1000만 달러(147억원)를 새로 기여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동과) 함께하는 혁신으로 공동번영의 미래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집트의 ‘비전 2030’처럼 각국의 경제발전을 이끌 맞춤형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비전 2030’은 이집트 정부가 2016년 발표한 경제·사회·환경 분야 균형 발전을 위한 장기 정책이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 국민이 많이 이용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현대로템의 전동차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초고속 압축 성장은 중동의 도움 없이 불가능했을 역사적 성취”라고 강조했다. 중동으로부터 원유, 천연가스를 도입하고, 중동의 대규모 건설 사업 수주함으로써 한국이 경제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이 나일강의 기적에 기여할 차례”라며 인공지능(AI), 수소 등으로 협력 분야를 넓히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네트워크·교육과 관련해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이집트에 설립한 베니-수에프 기술대학을 언급하며 “이집트 청년들이 기계, 전기,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기술을 익히며 산업역군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카이로 대학을 포함한 양국 대학 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더 많은 이집트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 올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석사 장학생 사업, 연수프로그램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을 늘려가겠다”고 약속했다. 문화 분야 교류에 대해선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과 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다양한 협력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순방에 나선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전날 이집트를 방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2006년), 문재인 전 대통령(2022년)에 이어 현직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다. 올해는 한·이집트 수교 30주년이다.
이 대통령은 카이로대학교 연설에서 “이집트와 한국은 8000km 이상 떨어진 먼 나라이지만, 평화에 대한 오랜 열망의 역사 앞에서 양국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모두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 그래서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곳이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1919년 양국 모두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났고, 1943년 카이로회담에서 식민지 조선의 독립이 공식화됐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역사에 도도히 흐르는 문명과 평화의 빛은 양국의 공동번영을 이뤄낼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