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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굴리던 432조 퇴직연금 ‘국민연금처럼 전문운용’ 추진

중앙일보

2025.11.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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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한데 모아 전문적으로 운용·관리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 수준인 수익률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20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퇴직연금 제도 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2026년 경제성장전략 주요 골자’에 퇴직연금 기금화 추진 등을 포함했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 제도 개선 권고안을 연말까지 내놓기로 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박경민 기자
기금형 퇴직연금은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수탁법인(전문기관)이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모아 운용하고 그 수입을 가입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은 근로자 개인이 직접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계약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31조7000억원으로 1년새 12.9%가 불었다. 하지만 5년간 연평균 수익률(지난해 말 기준)은 2.86%로 낮은 수준이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82.6%(356조5000억원)가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는 게 주 원인으로 꼽힌다. 주식 등에 투자하더라도 전문성이 낮은 개인이 직접 상품을 운용하다 보니 장기·분산 투자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수익률 개선의 핵심 카드로 기금형 제도 도입을 꼽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모범사례인 호주는 퇴직연금의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6.4%(2024년 상반기 기준)를 기록했다. 한국 퇴직연금 10년 수익률(2.31%)의 3배 수준이다.

정부의 핵심 과제인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중요한 과제다.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연구위원에 따르면 2040년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최소 1172조원은 넘어서게 된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된 퇴직연금 자금은 전체 적립금의 1.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비율이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수준(14.8%)까지 오르면 국내 증시에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다.

박경민 기자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운용 중 손실을 보면 받는 연금 액수 역시 줄어들게 된다. 국민연금과 가장 큰 차이다. 은행 등 기존 퇴직연금 운용사들의 반대도 넘어야 한다. 수탁법인을 민간 금융기관으로 할지, 국민연금 같은 공적기관으로 할지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연금 수령 방법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지만 연금으로 나눠 받되, 일시금 수령도 가능한 현재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금형의 안착을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전문적 역량을 가진 자산 운용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효성.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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