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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집트 ‘경제동반자협정’ 추진…이 대통령 “평화연대 강화”

중앙일보

2025.11.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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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압둘 팟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혜경 여사, 오른쪽은 인테사르 엘시시 여사. 이 대통령은 이날 카이로대에서 우리 정부의 중동 구상을 주제로 연설했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압둘 팟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111분 동안 정상회담을 하고 한·이집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CEPA는 광범위한 경제협력을 뒷받침할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PA는 상품·서비스·투자·경제협력 등을 포괄하는 국가 간 경제협력 약속이다. 상품별 관세를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지만, 금융·기술 교류 등을 포괄해 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비전 2030’을 발표하고 경제 구조 개혁과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선 만큼, 한국 정부는 CEPA 체결 시 대(對)이집트 수출과 한국 기업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지 매체 ‘알 아흐람’ 기고문에서 “이집트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비전 2030’의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는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 발표에서 “이집트는 북아프리카 최대 제조업 기반국이자 아프리카·중동·유럽을 잇는 핵심 허브”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집트는 중동 국가들과 두루 관계가 좋고,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길목”이라며 “이집트와의 경제협력 강화는 한국 경제 영토가 중동·아프리카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이집트 정상은 회담에서 방위산업과 관련해 “호혜적인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엘시시 대통령에게 “K방산이 전 세계로부터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며 “K-9 자주포 공동생산으로 대표되는 양국 방산 협력이 앞으로 FA-50 고등훈련기와 천검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관심사였던 구체적인 방산 수출 확대 품목은 정상회담 결과로는 도출되지 않았다. 이집트는 중동·아프리카 국가 중 무기 수입액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에 이어 3위(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에 달하는 ‘무기 수입 큰손’이다. 엘시시 대통령은 구체적인 답변 대신 “공동생산 등 호혜적 협력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또 한국과 이집트는 ‘평화 촉진자’로서 한반도와 중동을 포함한 국제 평화에 함께 기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와 중동 지역 평화를 위한 서로의 역할을 지지하며, 국제 평화를 위해 계속 연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알 아흐람’ 기고문에서 중동 갈등 해소를 위한 이집트의 중재자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대한민국의 길도 마찬가지로, 실용적·단계적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간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동결-축소-비핵화’ 3단계론(8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과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을 제시해 왔다.

이 대통령은 회담 직후 카이로대학교 연설에서 대(對)중동 구상인 ‘SHINE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SHINE’은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안정·조화와 관련해 “한반도·중동의 평화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고, 혁신과 관련해선 “함께하는 혁신으로 공동 번영의 미래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윤성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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