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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찢기 행동" 심판협의회, 일방적 피해 주장→"인종차별 뜻 아닌데" 이승우, 오죽하면 나설까

OSEN

2025.11.2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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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승우 /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 이승우 / 한국프로축구연맹


[OSEN=노진주 기자]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가 일방적으로 인종차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가운데, 현역 선수가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이례적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나왔다.

이승우(전북현대)는 20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는 우리 팀이 불리한 판정을 받고 있다는 상황을 표현하는 스페인어”라고 직접 설명하며 잘못된 해석으로 인종차별자로 낙인찍혀 징계받은 타노스 전북 코치의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소신발언했다.

논란을 낳은 사건은 지난 8일 열린 K리그1 36라운드 전북과 대전 경기에서 나왔다. 타노스 코치는 후반 추가시간, 주심이 상대 선수의 핸드볼 파울을 즉시 선언하지 않자 항의했는데 과도했다며 경고를 받았다. 비디오판독(VAR) 진행 후 페널티킥이 주어졌지만 여전히 흥분을 참지 못해 결국 퇴장을 명령받았다.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퇴장 판정 이후 타노스 코치는 주심을 향해 두 눈에 양 검지 손가락을 대는 동작을 했다. 주심은 이를 인종차별 행위로 간주했다. 심판보고서에 기재하고 상벌위원회에 진술서도 제출했다.

[사진] 타노스 코치, 논란이 되고 있는 장면 /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 영상 캡처

[사진] 타노스 코치, 논란이 되고 있는 장면 /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 영상 캡처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가 일을 키웠다. 올해 수차례 오심이 저질렀음에도 사과하는 일 없던 이들은 즉각 성명을 통해 “타노스 코치가 심판을 향해 ‘인종차별 행위 및 비하 발언’을 했다”라며 국제축구연맹(FIFA) 제13조 및 대한축구협회(KFA) 윤리규정 제14조(차별 및 명예훼손)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행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 입장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심판협의회는 타노스 코치의 행동을 '인종차별’ 행위로 확정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타노스 코치는 억울하단 입장이다.  전북은 “그가 눈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간 건 심판한테 ‘눈으로 보지 않았냐’ 어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라고 대변했다. 

양 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연맹은 19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다뤘다. 타노스 코치가 인종차별적 행동을 했단 결론을 내리며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 원의 징계(퇴장 판정과 별도)를 결정했다.

상벌위원회는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에서 타노스 코치가 검지 손가락을 눈의 중앙에 댔다가 가장자리로 당기면서 눈을 얇게 뜨는 모습이 보이고, 이러한 제스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 인종의 외모를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돼 이미 FIFA의 징계를 여러 차례 받은 행동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사진] 콘테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콘테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 리그의 여러 사례를 광범위하게 잘 살펴본 게 맞는지 의심이 된다. 타노스 코치가 보인 행동은 유럽 무대에서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표하거나 선수들에게 집중을 주문할 때 흔히 나오는 제스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경기 중 심판에게 이 같은 행동을 보인 적 있고, 안토니오 콘테 역시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을 때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자 손흥민과 동료들을 향해 유사한 행동을 사용했다. 경기 후 이들의 행동을 인종차별로 확정하고 징계를 내린 사례는 없었다.

해당 경기 심판으로부터 연맹이 받은 보고서엔 타노스 코치가 논란이 된 행동 전후 욕설과 함께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며 고성도 질렀다고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노스 코치가 본인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했단 것인데 이는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자신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전북을 향한 심판의 연속된 오심에 대한 거센 항의로 내뱉은 말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전북이 역차별당하고 있단 차원에서 외국인인 타노스 코치가 강하게 어필했다 보는 게 타당하다. 

해외에서 오랜 시간 선수생활 했던 이승우는 잘못된 해석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는 스페인어 표현이다. 이 단어는 특정 심판 개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표현이 아니라, 우리 팀이 불리한 판정을 받고 있다는 상황적 표현이다. 코치님의 의도와 실제 의미가 다르게 해석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의도와 맥락을 무시한 채 단어만 떼어서 판단하는 것은 사실과 너무 큰 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년 동안 타노스 코치님과 함께하면서 느낀 점은 확실하다. 그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한국을 사랑하고 존중했던 사람에게 ‘인종차별’ 단어가 붙는 것은 얼마나 큰 충격과 실망으로 다가왔을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라고 씁쓸해했다.  

현역 선수가 심판을 겨냥하는 주장을 펼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타노스 코치 행동을 두고) 의도가 왜곡돼 전달되고, 잘못된 해석으로 징계까지 받게 되는 현실에 이승우가 용기 내 입을 열었다. 

오심으로 과거 전북을 명백한 피해자로 만들고 들끓는 여론에 마지못해 사과한 심판위원회는 이번엔 억지스러운 이유를 앞세워 또 한 번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인종차별 행위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팬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노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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