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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우크라전 종전안 우크라에도 설명…러·우 모두 수용 가능”

중앙일보

2025.11.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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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새 평화구상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백악관은 최근 러시아 측과 이어온 물밑 논의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정부와도 직접 접촉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주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을 만나 새 평화계획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계획은 진행 중이며 유동적이지만 대통령은 이를 지지하고 있다”며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구상”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NBC뉴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수주 동안 러시아와 비밀 접촉을 이어오며 총 28개 항목으로 구성된 새로운 종전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작성 과정에는 위트코프 특사와 JD 밴스 부통령, 루비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여했으며, 러시아 측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키릴드미트리예프러시아국부펀드(RDIF) 대표가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0월 말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는 양측 대표단이 사흘간 비밀 회동을 갖고 초안을 사실상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초안은 ▲우크라이나 평화체제 ▲안전보장 ▲유럽 안보 구도 ▲미·러·우 3국의 미래 관계 등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초안이 “러시아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고, 우크라이나 군 병력을 절반 이하로 감축하며, 외국군 주둔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식 언어로 인정하고 러시아 정교회 우크라이나 지부에 공식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NBC는 “우크라이나 측은 큰 윤곽만 통보받았을 뿐 작성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현지 매체에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제안”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워싱턴이 모스크바 요구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댄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이 이끄는 고위 군 대표단이 19~20일 키이우를 방문했다. 미국·유럽 당국자들은 “군사 기술 협의 외에도 백악관의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지원하는 임무가 있다”고 말했다. CNN은 대표단이 튀르키예에서 귀국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평화안 초안을 설명한 뒤, 이어 모스크바로 이동해 러시아 측과도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관련 보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개 항목 평화안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보고할 만한 새로운 진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드리스콜 장관과의 면담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전쟁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우크라이나 도착 전날 밤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이 이어져 최소 25명이 숨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러시아의 반복되는 공격은 대러 압박이 충분치 않다는 증거”라며 서방의 강력한 제재와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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