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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 포기' 박철우 중앙지검장 취임 "박탈감과 자괴감, 억울하다"

중앙일보

2025.11.20 18:33 2025.11.2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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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억울한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요 근래만큼 그동안 쏟아부은 열정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박탈감과 자괴감이 드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박 지검장은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장동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관철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13일 만인 이날 공식 취임했다.

박 지검장은 앞서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대장동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항소 포기 압박을 일선 수사·공판팀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됐다. 대장동 사건 수사 실무를 총괄한 이후 공소 유지에도 관여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지난 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게시글에서 “11월 7일(항소장 제출 마감 기한) 오후 7시 30분경 검사장님이 항소 제기를 승인하였고 내부 결제를 완료했다. 다만 대검의 (항소) 불허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대검 반부패부장이 재검토해 보라고 하면서 불허했다”고 했다.



항소 포기 입장 묻자 "저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내용 퍼져"

박 지검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억울함·박탈감·자괴감을 토로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수사팀과 중앙지검장에게 항소 포기 의견을 전달했다는 데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저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퍼져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박 지검장이 검찰청을 폐지하는 검찰개혁과 함께 항소 포기 사태에 관여돼 있다는 의혹까지 염두에 두고 억울함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추측이 나온 이유다.

박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자격으로 향후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공소 유지를 지휘하게 된다.

박 지검장은 “경찰 수사에 대한 효율적인 사법 통제와 보완수사야말로 국민들로부터 검찰의 존재의의를 새롭게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 분야”라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청을 폐지할 경우 그간 검찰이 행사해 온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해야 하는지가 검찰개혁의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박 지검장은 사법 통제의 관점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단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다만 반성과 자성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수사권 행사의 형평성이 지적되었던 장면들, 무의식적으로나마 오만하게 보일 수 있었던 언행들을 생각해보며 성찰하는 것부턴 시작해 보자”면서다. 이어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반추해보는 노력을 할 때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쏟아부었던 우리의 땀과 노력을 국민께서 한분 한분씩 다시 인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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