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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사비 걷어 접대 강요…'간부 모시는 날' 걸리면 파면 가능

중앙일보

2025.11.20 19:00 2025.11.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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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가 '간부 모시는 날'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대책을 내놨다. [사진 챗GPT 캡쳐]
공직사회 관행인 ‘간부 모시는 날’이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고의가 있는 경우 파임·해임 등 강력하게 징계한다.

인사혁신처는 21일 “‘간부 모시는 날’ 피해 익명 신고센터를 전자인사관리시스템(e-사람)에 설치하고,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피해 접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간부 모시는 날은 하급 직급들이 팀별로 순번이나 요일을 정해 국·과장 등 인사평가권자인 상급자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문화다.

인사혁신처, ‘간부 모시는 날’ 신고센터 운영
간부 모시는 날 신고가 가능한 인사혁신처의 인사신문고 웹페이지. [사진 인사혁신처]
이에 따라 이날부터 ‘간부 모시는 날’로 피해를 본 공무원은 게시판을 통해 익명으로 신고가 가능하다. 피해를 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간부 모시는 날’을 목격한 제삼자도 이 게시판에서 제보가 가능하다.

전자인사관리시스템 인사신문고 내 ‘간부 모시는 날’ 피해 신고 게시판에서 피신고자·일시·장소·피해 발생 경위 등을 입력하면 신고할 수 있다.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하게 비밀이 지켜진다.

제보는 각 부처 감사부서로 넘어간다. 기관별 감사관실은 제보나 관계자 증언 등을 바탕으로 세부 내용 확인 후 감사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감사를 실시한다.

감사관실은 기관별로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징계위원회는 이에 따라 기관별로 징계를 처분한다. 인사혁신처는 “‘간부 모시는 날’로 인한 징계 사유가 있는 경우 엄중히 징계할 계획”이라며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면·해임 처분까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자인사관리시스템에서 익명 신고 가능
인사혁신처는 간부 모시는 날 신고가 가능한 웹페이지를 마련했다. [사진 인사혁신처]
정부가 이처럼 ‘간부 모시는 날’ 관행에 강력히 대응하는 건 청탁금지법상 부적절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데다, 여전히 공직 사회에 뿌리 깊은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어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17일∼10월 6일 전국 공무원 1만420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실시한 ‘간부 모시는 날 실태조사’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4%(2187명)가 “올해도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일수록 상대적으로 ‘간부 모시는 날’ 경험률(18.6%)이 높았다. 올해 ‘간부 모시는 날’을 치른 공무원을 소속별로 보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864명, 중앙부처 276명, 기타(비공개 요청) 47명 등이다.

간부를 모신 빈도 통계를 보면 ‘월 1~2회’가 37.8%로 가장 많았고, ‘주 1~2회’가 34%, ‘분기 1~2회’가 22.8%였다. 전체 응답자의 70%가 자의와 상관없이 참여했고, ‘자율적으로 참여한다’는 응답은 25.5%에 불과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2차 중앙행정기관 인사혁신담당관 워크숍'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 인사혁신처]
‘간부 모시는 날’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는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와 위계 중심 관행’이 28.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인사평가와 연계돼 있어서’라는 응답이 21.6%로 뒤를 이었다.

그동안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는 ‘간부 모시는 날’ 근절 분위기 확산을 추진했다. 그간 두 차례 ‘간부 모시는 날’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2026년 상반기에도 추가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간부 모시는 날’ 경험률 추세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이제는 ‘간부 모시는 날’ 같은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할 때”라며 “공직사회 내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공무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합리적으로 근무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문희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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