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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씹으며 묻는다, “양심이란 무엇인가”…블랙코미디 ‘트랩’

중앙일보

2025.11.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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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인간을 다루는 작업입니다. "

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하수민 연출과 남명렬 배우. 연극 '트랩'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현재 공연 중인 연극 ‘트랩’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 남명렬(66)과 연출가 하수민(47)은 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자리에서 ‘인간을 탐구하는 예술’인 연극의 매력을 강조했다.

‘트랩’도 인간의 내밀한 부분인 양심에 대해 캐묻는 작품이다. 은퇴한 법 전문가들이 펼치는 ‘모의재판’을 그린다. 스위스 출신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Die Panne)’가 원작이다. 지난해 초연에서 호평받아 올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하수민이 다시 연출을 맡았고. 남명렬도 초연 때처럼 전직 판사인 집 주인 역을 연기한다.

1979년 연극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로 데뷔한 남명렬은 연극계 주요 상인 연희연극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동아연극상, 이해랑연극상을 모두 받은 베테랑 배우다. 하수민은 2013년 ‘굿 데이 투데이’ 연출로 데뷔했고 ‘엔드 월(End Wall)’을 통해 제2회 서울희곡상을 수상한 주목받는 연출가다.

연극 '트랩'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남명렬 배우와 하수민 연출(왼쪽부터). '트랩'은 지난해 초연 당시 호평받아 올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남명렬은 ‘트랩’ 출연자 중 유일하게 이름이 없는 역할을 맡았다. 하수민은 “원작에도 이 역할에는 이름이 없는데 아마도 신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상상했다”라며 “그렇게 생각하면 이 작품이 인간과 신의 관계도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남명렬은 “제 역할이 장소 제공을 비롯해 모의재판 놀이를 주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굳이 이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하수민 연출이 얘기한 것처럼 신을 의미한다는 것과 통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남명렬이 맡은 ‘집주인’은 이 작품의 주인공 ‘트랍스’를 모의 법정 놀이에 참여시킨다. 또 전직 판사와 변호사 등 참가자들을 사이에서 모의 법정 전반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이 작품의 무대에선 모의재판과 함께 만찬이 이어진다. 극 중 언급되는 독일어 ‘게리히트(gericht)’는 법정이란 뜻과 함께 ‘향연(饗宴)’이란 의미도 가진다. 다이닝룸처럼 꾸민 무대에 송아지 간 요리, 영계 로스트 치킨이 등장하는 고급 코스 요리가 와인과 함께 오른다.

연극 '트랩'에서 전직 판사인 '집 주인' 역을 맡은 남명렬. 사진 세종문화회관

배우들은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실제로 음식을 먹으며 연기한다. 남명렬은 “사실 음식을 먹으면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음식을 씹고 있을 때와 대사 타이밍이 겹쳐 발음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래도 최대한 맛있게 다 먹으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웃었다.

이들은 ‘트랩’을 비롯한 연극의 매력으로 ‘인간에 대한 탐구’를 꼽았다. 하수민은 “연극은 인간을 다루는 가장 멋있고 동시대적이며 중요한 예술 장르”라고 말했다. 남명렬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술의 씨앗 같은 존재가 연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또“배우가 무대에서 연기는 하지만 결국 관객이 만드는 것”이라며 “그날 관객의 컨디션과 반응에 따라 연극도 새롭게 태어난다”라고 짚었다.

배우 남명렬(왼쪽),은 '트랩'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없는 '집 주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하수민(오른쪽) 연출은 "신과 같은 존재를 상상했다"라고 설명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들은 ‘트랩’의 재미도 강조했다. 하수민은 “원작을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재밌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블랙 코미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관객들이 인간의 양심과 관련해 너무 무겁지 않게 깔깔 웃으면서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남명렬도 “양심, 법 등 거창해 보이는 소재지만 극장에서 90분 동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공연은 이달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이어진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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