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등에 대한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제3자가 관련 정황을 녹음하고 이에 대한 법적 증거 능력을 인정하도록 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걸 두고 교원단체들이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1일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아동학대 의심만으로 제3자에 의한 몰래 녹음을 합법화하는 방식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총은 "교원은 언제든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며, 교육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교육적 목적의 언행과 교실 상황을 상당히 왜곡하거나 짜깁기할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실이 불신과 감시의 공간으로 변질돼 교육 현장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날 "지금까지 타인 간 대화 녹음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수사기관의 영장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허용됐다"며 "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미 과도한 신고와 수사로 고통받는 교사들을 녹음 파일 하나로 학대 가해자로 몰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대 피해자 보호라는 과제를 제3자 몰래녹음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학대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국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학대 의심 시설에 대한 상시 점검과 신속한 분리조치, 그리고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2차 피해 방지 제도 마련과 같은 공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등교사노동조합 역시 입장문을 내고 "교육 현장의 신뢰를 파탄 내고자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사과하고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19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학대처벌법·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통신비밀보호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동·노인·장애인 학대 등이 실행 중이거나 실행됐다고 의심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제3자의 대화 녹음 허용 ▶녹음한 내용의 증거 능력 인정 ▶학대 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가족 등 제3자가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