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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랜트 아이' 전북현대 코치 향해 심판이 만든 인종차별 논란...상벌위 시스템과 오심 논란은 괜찮은가

OSEN

2025.11.20 22:30 2025.11.2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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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OSEN=정승우 기자] 전북현대 타노스 코치를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이 단순 징계 이슈를 넘어, 심판 판정과 상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장은 "사실 자체가 왜곡됐다"라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구단 역시 재심을 검토 중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인종차별이 있었느냐'를 넘어 '심판 판단 과정에 구조적 문제가 없었느냐'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지난 19일 타노스 코치에게 출장정지 5경기·제재금 2000만 원을 부과했다. 퇴장 후 두 눈가로 손가락을 당기는 동작이 '동양인 비하 제스처'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상벌위원회는 타노스 코치의 행위는 그 형태가 이른바 '슬랜트아이(slant-eye)'로 널리 알려진 동양인 비하 제스처와 동일하다고 봤다.

구단, 팬, 선수 등 현장 반응은 정반대다. 당시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본 전북 선수단과 스태프, 그리고 경기 관계자들까지 "그 동작은 눈을 찢는 게 아니라 판정을 제대로 보라는 일반적인 항의 제스처였다"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유럽 무대에서도 판정에 불만을 표할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안토니오 콘테 등 스타급 인물들도 동일한 동작을 여러 차례 쓴 적이 있다.

논란을 키운 건 발언 해석이다.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가 제스처 전후로 외친 스페인어 "racista(라시스타)"를 문제 삼았다. 연맹은 이를 곧바로 '인종차별주의자'의 지칭으로 판단했지만, 전북 내부 설명은 다르다. "심판이 우리에게 일관되게 불리한 판정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현장에서는 종종 사용되는 상황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어긋난 해석을 바로잡고 나선 인물은 전북 미드필더 이승우였다. 그는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타노스 코치가 어떤 사람인지 1년 동안 지켜봤다. 한국 문화를 배우려 노력했고, 선수 누구도 차별한 적 없다"라며 "행동의 맥락과 의도는 빠진 채 단어 하나만 떼 '인종차별'로 규정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라고 날을 세웠다.

팬들의 반발도 거세졌다. 전북 서포터 연합 MGB는 성명을 통해 "정당한 항의를 인종차별로 몰아간 중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심판협의회가 사실 확인 전에 이미 '동양인 비하' 프레임을 씌웠다고 지적하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하나의 제스처를 놓고 '의도 vs 외형'이라는 논리 충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맥락, 언어적 해석, 심판보고서 작성 과정, 상벌위 판단 기준 등 그동안 축적돼온 불신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형국이다.

특히 상벌위가 제시한 "의도보다 외부에 드러난 행위의 보편적 의미가 우선한다"는 원칙은 논란을 더 키웠다. 현장에서는 "그렇다면 VAR 판정처럼 맥락·상황·언어는 아무 의미가 없단 말인가"라는 반발이 나온다.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K리그 현장조차 이번 결정 과정은 '성급한 단정'이라 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선수단·코칭스태프·팬·구단이 동시에 들고일어난 사례는 드물다. 그만큼 이번 결과는 현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연맹 역시 팬 여론과 현장의 반발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타노스 코치의 행동이 인종차별인지 아닌지를 넘어, 연맹 상벌 시스템과 심판 판단 과정이 이대로 괜찮은가.

지금 필요한 질문이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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