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새벽 배송’ 공방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새벽 배송에 대해 “심야 노동은 2급 발암물질”이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자 국민의힘이 강하게 비판하면서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민노총의 새벽 배송 폐지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재명 정부가 처음 내놓은 공식 입장은 민노총과 다르지 않은 ‘새벽 배송=발암 물질’ 낙인찍기”라며 “새벽 배송 금지라는 시대착오적 규제가 추진된다면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했다.
전날 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 노동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야 노동은 국제 암 연구소가 2급 발암 물질로 규정할 정도로 해로운데, (새벽 배송이) 이를 감내해야만 할 정도의 필수적인 서비스인지 공론화돼야 한다”며 새벽 배송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달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오전 0시∼5시 택배 배송’, 즉 새벽 배송 제한하자고 주장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박성훈 대변인은 “민노총의 새벽 배송 금지 주장은 2년 전 쿠팡 노조의 민노총 탈퇴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이라며 “2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이용하고 15조원 규모로 성장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가 치졸한 보복의 인질이 돼 있는데, 민노총 위원장 출신이자 민노총과 한몸인 김 장관이 결국 민노총의 손을 들어줬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새벽 배송, 주 7일 배송이 중단되면 연간 약 54조원의 경제 손실, 소상공인 매출 18조원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야근·교대 근무 뿐만 아니라 커피·김치·스마트폰·임플란트 등도 2급 발암 물질”이라며 “발암 물질이라는 이유로 모든 활동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김 장관은 민노총이 새벽 배송 금지를 주장한 지 한 달 만에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던 입장을 스스로 뒤집었다”며 “택배기사 당사자, 소비자 모두 새벽 배송 금지에 반대하는데 정부가 민노총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장관으로서 당연한 얘기를 한 것”이라며 김 장관을 옹호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박홍배 의원은 “지속적인 야간 노동이 위험해 규제하겠다는 것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고, 장관은 국정과제를 이행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국제기구에서 내린 발암 물질 결론을 인용한 걸 두고 민노총이라며 장관을 공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새벽 배송 금지를 반대해온 만큼, 향후 여야가 이 문제를 두고 갈등할 가능성도 있다. 장 대표는 그간 “새벽 배송은 국민 생활의 필수 서비스이자 소상공인에게 중요한 유통 채널”(지난 12일), “민주당과 민노총의 반(反)민생 연대가 국민의 일상을 멈추려 하고 있다”(지난 10일)며 새벽 배송 제한 시도를 비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