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버밍엄 시티가 구단과 도시의 미래를 통째로 바꿀 '거대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영국 'BBC'는 21일(한국시간) "버밍엄 시티는 보드즐리 그린(Bordesley Green) 개발 계획의 핵심이 될 새 홈구장 '버밍엄 시티 파워하우스'를 공개했다"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버밍엄 시티 파워하우스'의 수용 인원은 무려 6만 2천 석. 구단은 "2030-2031시즌 개막에 맞춰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새 구장은 도시 전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설계됐다. 특히 40마일(약 64km) 밖에서도 눈에 띌 만큼 커다란 외관이 특징이다. 톰 와그너 구단주는 공개 행사에서 "이 경기장은 버밍엄을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우리 지역이 가진 산업·창작·성장의 문화가 모두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파워하우스 외관을 감싸는 12개의 굴뚝 형태 구조물은 과거 그 부지에 자리했던 벽돌 공장의 흔적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이 굴뚝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경기장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적 역할도 수행한다. 그중 한 타워 내부에는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바(Bar)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구장 내부는 소리의 울림을 극대화하는 '가파른 볼(steep bowl)' 형태로 설계됐다. 경기장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구조가 아니라, 장터·카페·식당·놀이터 등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공간들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동식 피치와 개폐식 지붕도 갖춰 축구뿐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와 공연을 유치하는 다목적 시설로 활용된다.
이날 공개 행사에서는 버밍엄의 '상징'들이 대거 등장했다. 구단 레전드 주드 벨링엄은 영상으로 새 구장을 소개했고,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아서 셸비 캐릭터도 행사 영상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촬영 장소는 팬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스티븐 나이트가 운영하는 디그베스 Lok 스튜디오였다.
파워하우스는 단순한 축구 경기장 차원이 아니다. 와그너가 이끄는 '스포츠 쿼터(Sports Quarter)' 개발의 정중앙에 자리한다. 구단은 2024년 48에이커 규모의 '버밍엄 휠스 모터스포츠 파크'를 매입했으며, 향후 숙박시설·주거단지·공원·여가시설 등이 포함된 대규모 복합단지로 확장된다.
영국 정부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 6월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은 24억 파운드(약 4조 6,245억 원) 규모의 웨스트미들랜즈 교통 인프라 확충 계획을 발표했고, 이 개발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와그너는 최대 30억 파운드(약 5조 7,806억 원)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수천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자인을 맡은 헤더윅 스튜디오의 창립자 토머스 헤더윅은 "요즘 경기장들은 지역과 단절된 '우주선'처럼 지어진다"라며 "우리는 버밍엄 자체에서 출발하는 경기장, 이 도시의 벽돌·수공업·산업적 정신을 담은 경기장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모이고 어울리고 쉬는 공간으로서, 땅과 맞닿은 부분에서 진짜 생명을 얻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그너는 "이번 발표는 버밍엄 시티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떤 클럽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선언"이라며 "우리는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길 원한다. 이 구장은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