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스포츠 등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과 함께 관련 인프라 산업도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티켓팅 산업은 콘텐츠와 소비자를 잇는 핵심 유통 채널로 빠르게 발전했으며,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로 티켓 구매·재판매가 쉬워지면서 티켓 시장도 더욱 정교한 유통 시스템과 플랫폼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관점에서 살펴보면 티켓 시장이 성장하고 티켓팅 비즈니스모델이 고도화되면서 문화 유통시스템은 공식 예매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1차 시장과, 소비자 간 재거래가 이루어지는 2차 시장으로 구분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암표 문제’는 흔히 2차 시장의 등장과 플랫폼을 통한 재판매가 확대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오해이다. 문화유통 생태계의 구조적 요인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 문제는 2차 시장 때문이 아니라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와 맞물려 있으며 훨씬 복합적이다.
공연·스포츠 경기의 티켓은 공급이 좌석 수로 제한되는 대표적인 서비스재이며,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소멸성이 강한 특성을 가진다.
여기에 이미지 관리와 팬 친화 전략을 위한 전략적 가격 정책과 스폰서·팬클럽에 물량을 선배정하는 홀드백 관행 등이 맞물리면서 초과수요가 발생해 왔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암표의 근본적 원인으로 작동해온 것이다.
2차 티켓 시장은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자연스러운 시장 반응에서 형성되었다. 해외에서는 스텁허브와 같이 에스크로와 환불 시스템 등을 갖춘 티켓 전문 거래 플랫폼이 이미 제도권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음성적 거래를 공식화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2차 시장 전체를 ‘암표’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 플랫폼 기반 거래의 긍정적 기능마저 간과되고 있다. 그 결과 1차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외면한 채, 문제의 책임이 2차 시장에 집중되는 왜곡이 반복되며 문화유통 생태계 혁신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은 이른바 ‘암표 3법’을 추진하며 매크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웃돈 거래 자체를 일괄 금지하는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매크로 기반 부정거래를 차단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거래 수요를 전면 금지하는 방식은 오히려 음성적 거래를 확산시키고 해외 플랫폼으로의 소비자 이탈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이는 국내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OTT 규제 논쟁에서 이미 경험했듯 ‘윔블던 효과’와 같은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발전적 규제를 위한 핵심은 공정한 티켓 유통 구조를 마련하고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찾는 ‘생태계 기반 접근법’이 요구된다.
티켓 시장은 기획사·플랫폼·소비자·정부 등 다양한 참여자가 얽혀 있는 복합적 구조인만큼,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규제 범위와 책임 규칙을 합의하는 과정 없이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이며, 특히 K-POP의 인기로 한국을 찾는 해외 관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티켓 유통의 선진화는 더 이상 특정 플랫폼이나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 곧 국가 문화산업 경쟁력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1800년대 영국이 ‘적기조례’라는 과도한 규제로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잃은 사례는 균형 잡힌 규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새로운 산업이 부상할 때 부정적 현상만을 확대해석하여 규제를 서둘기보다, 산업의 구조와 생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규제·혁신의 균형을 설계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