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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군 계엄 제보 쏟아진다"…관가 '투서 포비아' 덮쳤다, 왜

중앙일보

2025.11.20 23:14 2025.11.2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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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공무원을 조사하는 정부 기구인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21일 공식 출범했다. 전방위 조사가 예고된 가운데 다음 달 12일까지 관련 제보를 받겠다는 계획도 발표되면서 인사철을 앞둔 관가에 ‘투서 포비아’가 엄습했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총리실 직원 20명과 외부 자문위원 4명으로 구성된 총괄 TF 출범을 알렸다. 총괄 TF는 49개 행정기관별로 설치되는 TF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다. 단장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부단장은 심종섭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이 각각 맡았다.

분야별 외부 자문위원으로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군) ▶최종문 전 전북경찰청장(경찰) ▶김정민 법무법인 열린 사람들 대표 변호사(법조)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조직·인사)가 각각 위촉됐다. 총리실이 지난 11일 49개 기관 중에서도 군·검·경 등 12개 기관을 집중 점검 대상으로 선정한 만큼 총괄 TF에 군·경·법조 관련 인사를 전진 배치한 모양새다.

총리실은 “위촉된 각 분야별 전문가는 특히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군·경찰 관련 조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 의견은 물론, 조사 전반에 걸쳐 흠결은 없는지, 조직·인사 운영의 관점에서 과정 관리가 적절한지 등에 대한 전문적 조언과 자문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 자문위원 모두가 친여 성향 인사로 분류되면서 공무원 사이에선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집중 조사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 폐지 요구에 앞장서 온 임 소장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후보로 추천됐다가 과거 병역 기피 의혹으로 컷오프 됐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 대리인단으로 활동했고, 윤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최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었다. 자문단 임기는 2026년 2월 13일까지로 총리실은 그 전에 조사 결과를 모두 모아 인사 조치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자문단 위촉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윤 국무조정실장, 김정민 법무법인 열린사람들 대표변호사,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스1

총괄 TF는 우선 ‘내란행위 제보’ 접수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산하에 ‘내란행위 제보센터’를 설치해 다음 달 12일까지 직접 방문, 우편, 전화, 이메일을 통해 제보를 접수한 뒤 기관별 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기관 TF 산하 제보센터로 전달하기로 했다.

각 부처도 내부 TF 구성을 완료한 뒤 다음 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20여명으로 구성된 경찰 TF는 황정인 총경(실무팀장)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국방부 TF는 안규백 장관이 단장을 맡고,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합참, 각 군 감찰 기능을 통합해 총 50여명 규모로 편성됐다. 행정안전부도 윤호중 장관을 포함한 12명으로 구성된 TF 위원 명단을 확정했다. 검찰은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단장, 김성동 감찰부장이 부단장을 맡았다.

TF가 속속 출범하면서 집중 점검 대상인 12개 기관 내부 분위기는 한층 얼어붙었다. 김민석 총리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각종 조사는 헌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꼭 필요한 범위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신속히 진행되고 마무리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시즌 2가 될 것”이란 관가의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찰·군·외교부는 이미 투서가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인사철을 앞두고 음해가 난무할까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야권은 이번 TF를 “헌법파괴 내란몰이 TF”라고 규정하면서 크게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공직 정화 작업, 2017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TF를 능가하는 야만적인 정권의 공무원 줄 세우기”라며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며 공직 사회 실무자를 위축시키는 공무원 줄 세우기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 ‘공무원 성실행정 면책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법은 ‘공무원 줄 세우기 방지법’이면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같은 실무자의 억울함을 방지하는 ‘김문기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여권은 정치 공세라고 맞섰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란 세력이 망쳐놓은 공직 사회 정상화를 위한 조치에 정쟁이 웬 말이냐”며 “공직 사회가 헌법을 기준으로 행동했는지, 위헌적 명령에 휘둘렸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책임 행정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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