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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원화값 1475.6원, 7개월내 최저…외국인 2.8조 폭탄 매도 영향

중앙일보

2025.11.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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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미국 달러당 원화값이 1475.6원으로 마감하며 7개월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1476원을 터치했다. 뉴스1

21일 미국 달러당 원화가치가 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미국 증시가 불안정해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주간 거래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475.6원으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7.7원 떨어진(환율은 상승) 수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했던 지난 4월9일(1481.1원) 이후 최저치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1472.4원으로 출발해 장중 1476원까지 하락했다가 마감 직전 소폭 올랐다. 장중 최저가 역시 지난 4월(1487.6원) 이후 가장 낮았다.

해외 주가 하락 여파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원화 매도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날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821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도 전날보다 3.79% 하락해 3853.2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엔화 약세도 원화가치 하락을 거들었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며 달러당 엔화값은 157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보통 엔화는 원화와 상관관계가 높아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500원 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원화 약세는 강달러보다는 국내 외환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과거에는 수출대금이 들어오면 일정 비율을 원화로 바꿔 국내 운전자금으로 썼지만, 지금은 대미 투자 압박 등에 따라 해외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달러를 그대로 쌓아두는 흐름이 뚜렷하다. 사상 최대 수출 실적에도 원화가치가 뒷걸음질 치는 배경이다. 이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주요 수출기업 경영진을 만나 “외환 수급 개선을 위해 긴밀히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여기에 외환 수급 측면에선 서학개미(국내 거주 해외 주식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 확대까지 겹쳤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도 최근 3년 가까이 이어졌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가 늘고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계의 기초 체력이 떨어진 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물가·금리 등 금융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외화 수급을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는 중장기 방안이 모색돼야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시장 변동성과 환율 상승 요인을 예의주시하며 국내 금융시장 안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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