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취임 100일을 맞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낼지 고심이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여당에 맞선 강경 행보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우향우’ 노선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최근 국민의힘 내부서 분출하는 “외연 확장”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까닭이다.
장 대표의 취임 100일은 공교롭게도 12·3 비상계엄 1년과 같은 날이다. 또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으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1심 결심 공판도 예정돼 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표결되면 그의 영장실질심사도 비슷한 시기 잡히게 된다. 이른바 ‘블랙데이’인 셈이다. 게다가 국회는 탁현민 국회의장 행사기획 자문관을 중심으로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내려왔던 장소 등을 둘러보는 ‘다크투어’를 기획 중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성찰을 기반으로 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재선 의원)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장 대표는 최근 4선 이상 중진 의원 오찬(지난 19일), 3선 의원 오찬(20일), 재선 의원 면담(20일) 등에서 공통적으로 “외연 확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마주했다. 한 재선 의원은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끊어내야 한다”고 했고, 영남권 중진 의원은 “중진들의 의견을 경청하라. 대표의 행보는 당 내부의 지지를 받아야 힘을 얻는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분출하는 “성찰” 요구에 장 대표도 메시지 고민이 깊어졌다고 한다. 당초 ‘연말까지 우향우’ 기조를 이어가는 강경 행보를 하려 했지만, 대표 리더십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내부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국민에게 하는 약속이 담긴 비전 제시를 준비하고 있고, 미래를 위한 구상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고, 국민 여러분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잡힐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배경에는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지지율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진행한 전화 면접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민주당(43%)에 비해 19%포인트 뒤졌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1%포인트 올랐지만, 국민의힘은 24% 제자리였다. 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국민의힘은 6월 2주차 조사 이후 단 한 번도 지지율 30%를 넘어서지 못했다.
더군다나 내년 6·3 지방선거 전망에 관한 조사도 수치가 더욱 악화됐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42%,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5%를 각각 기록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4~16일 조사에서 ‘여당 다수’ 39%, ‘야당 다수’ 36%였던 데 반해 야당에 더 불리한 여론 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양론 팽팽했던 중도층이 이번 달 여당으로 기울면서 전체 여론 격차도 소폭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중도층만 높고 보면 지난달엔 ‘여당 다수’ 38%, ‘야당 다수’ 36%였지만 이번 달엔 ‘여당 다수’ 44%, ‘야당 다수’ 30%였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등 여권에 유리한 이슈가 크긴 했지만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등 여권의 악재에도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성찰 메시지를 낸다면 당에 도움은 되겠지만, 행동으로 옮겨지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그간 장 대표는 중도 확장 기조로 돌아서다가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거나 ‘우리가 황교안’ 발언을 하며 우클릭해왔다”고 했다. 5선 의원은 “대표의 행보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어려운 시기인 만큼 돕고 잘 되도록 해야 한다”며 “중진들에게 조언을 구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전향적 메시지 발신에 앞서 장 대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22일 부산을 시작으로 다음 달 2일까지 경남·경북·강원·인천·경기 등 지역을 연쇄 방문한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심을 직접 듣는 민생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