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좌초 사고를 수사 중인 해경이 ‘퀸제누비아2호’의 항해사와 조타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 당시 1등항해사는 휴대전화를 보던 중 섬과 충돌하기 13초 전에야 항로를 벗어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해양경찰서는 21일 “여객선을 좌초시켜 승객들을 다치게 한 혐의(중과실 치상)로 1등 항해사 A씨(40대)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 B씨(40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쯤 신안군 장산면 인근 해상에서 선박의 방향을 바꾸는 변침(變針)을 하지 않아 여객선을 무인도(족도)와 충돌하게 한 혐의다.
조사 결과 1등 항해사 A씨는 휴대전화를 보다가 변침 시기를 놓쳐 여객선의 항로를 벗어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이 여객선의 항해 데이터 기록장치(VDR)를 분석한 결과 A씨는 좌초되기 13초 전에야 섬을 발견해 B씨에게 타각 변경을 지시하는 음성이 확인됐다.
해경은 A씨가 수동운항을 해야 할 협수로(狹水路) 항로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해 한눈을 팔다 변침 시기를 놓쳐 충돌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사고 직후 “배의 방향을 바꾸는 타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다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조타실 내 레이더 앞에 서 있었으나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느라 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인도네시아 출신인 조타수 B씨는 자신의 과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항해사의 지시에 따라 배의 키를 조작하거나 자동항법장치 변환 업무를 맡은 조타수의 임무를 소홀히 해 좌초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해경 조사에서 “전방을 살피는 것은 1등 항해사의 업무이고, 타각 변경 지시를 받았을 때는 섬이 눈앞에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그는 또 “사고 직전 전자나침반(자이로 컴퍼스) 앞에 있었다”며 조타실 내 자신의 자리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해경은 선박의 방향을 알려주는 자이로 컴퍼스 앞에 있던 B씨가 항로를 이탈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이유 등도 조사 중이다.
해경은 선장 C씨(60대)도 선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장은 항구를 출·입항할 때, 좁은 수로를 지날 때, 선박의 충돌·침몰 등이 빈발하는 해역을 지날 때 등은 조타실에 있어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C씨는 사고 당시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타실을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조타실 옆인 선장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사고가 난 후에야 조타실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사고 선박이 협수로 구간을 지나던 중이었는데도 선장이 조타실을 비운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또 평소 당직 근무 수칙 등을 조사하기 위해 선원 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해경 수사팀은 “사고 당시 목포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사고 선박이 정상항로의 변침지점을 1.6㎞가량 이탈해 좌초할 때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논란 때문이다.
해경은 여객선이 정상 항로에서 이탈한 뒤 좌초될 때까지 2~3분이 소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여객선이 항로를 이탈한 직후부터 관제센터가 제 역할을 했다면, 사고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목포 VTS를 관할하는 서해해경청은 “변침 시점이 사고지점으로부터 3분 거리가 아닌, 약 1분 거리로 확인됐다”며 “당시 여객선 속도(22노트, 시속 약 41km)를 감안하면 1분 이내에 족도와 충돌하는 상황이어서 교신 시간 등 고려하면 사실상 관제의 실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퀸제누비아2호’(2만6546t)는 지난 19일 오후 제주에서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을 태우고 목포로 향하다 신안 앞바다에서 좌초됐다. 사고 직후 승객과 승무원들은 해경에 의해 전원 구조됐고, 경미한 통증과 두통 등을 호소한 승객 30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