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손흥민(33, LAFC)과 토마스 뮐러(36, 밴쿠버)가 MLS에 도착하자마자 리그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이제, 둘 중 한 명의 '꿈 같은 첫 시즌'은 밴쿠버 BC플레이스에서 끝이 난다.
미국 'ESPN'은 21일(한국시간) "LAFC의 손흥민과 밴쿠버의 뮐러는 MLS가 이상적으로 그리던 '완벽한 미드시즌 영입'의 정답에 가장 가까운 두 사례"라며 이번 플레이오프 매치업을 집중 조명했다.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북미 축구를 폭발시켰다. 손흥민은 12경기에서 10골 4도움이라는 말도 안 되는 효율로 LAFC의 공격을 단숨에 재편했고, 뮐러는 9경기 8골 3도움이라는 괴물 같은 생산성을 뽐냈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큰 MLS 시장에서, 두 선수는 처음부터 팀의 중심으로 직행했다.
LAFC의 베테랑 수비수 라이언 홀링스헤드는 손흥민과의 첫 만남에 대해 "리그스컵 경기 전 라커룸에서 웨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손흥민이 다가오더니 '같이 하자'며 바로 내 덤벨을 들더라. 농담이 통하는 선수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성격부터 팀 플레이까지 모든 면에서 빠르게 녹아들었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우리 공격에 없던 '결정적 한 방'을 가져온 선수"라고 표현했다. 드니 부앙가와 함께 만든 파괴력은 숫자가 말해준다. 손흥민이 온 뒤 부앙가는 리그·플옵 포함 13골을 몰아넣었다.
태도 역시 합격이었다. 홀링스헤드는 "손흥민은 누구보다 먼저 요구하지만, 누구보다 먼저 웃으며 해결책을 찾는다. '이건 누가 잘못했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더 나아가냐'를 생각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밴쿠버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예스퍼 쇠렌센 감독은 "뮐러는 '화이트캡스가 우선, 그다음이 본인'이라는 태도를 보여줬다"라며 감탄했다.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벌할터는 뮐러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털어놨다. "MLS 오기 전에 '너와 함께 뛰는 게 기대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 한 줄이 모든 걸 보여줬다. 스스로를 스타로 만들지 않으려 했고, 그냥 팀의 한 명이 되고 싶어 했다"라고 밝혔다.
뮐러는 "휴가 왔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며 "새 리그에서 적응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할 수 없었지만, 나는 늘 빨리 적응하며 살아남아 왔다"라고 밝혔다.
두 선수의 통산 맞대결 전적은 6승 2무 1패로 뮐러가 압도하지만, 손흥민이 거둔 '1승'의 의미는 크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한국 2-0 독일전. 그 날 손흥민의 쐐기골은 디펜딩챔피언을 탈락시킨 역사적 장면이었다.
뮐러는 "함부르크나 레버쿠젠 시절 손흥민과 지금의 손흥민을 비교할 수 없다. 당시 우리는 바이에른이었고, 그 팀들을 항상 이겼다. 지금은 둘 다 강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체룬돌로 감독은 뮐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현역 시절 분데스리가에서 그를 직접 상대했던 인연도 있다. 체룬돌로는 "뮐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 읽는 선수 중 하나다. 볼 터치, 패스, 침투, 마무리까지 모든 게 통제돼 있다. 박스 안에서의 골 감각은 그냥 월드클래스"라고 평가했다.
LAFC는 손흥민이라는 절대 에이스를 갖고 있지만, 상대 역시 월드컵 우승자이자 17년 동안 바이에른을 지배한 '리빙 레전드'다.
ESPN은 "MLS가 그리던 이상적인 영입의 두 완성형이 단판 승부에서 충돌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쉽다"라고 평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