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왕즈이(중국)가 오랜만에 세계 랭킹 2위의 저력을 입증했다. 안세영(23, 삼성생명)만 만나면 작아지는 왕즈이지만, 세계 5위 천위페이(중국)를 잡아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중국 '넷이즈'는 20일(한국시간) "왕즈이가 천위페이를 2-1로 눌렀다. 전국체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그는 엎드려 통곡했다"라고 보도했다.
왕즈이는 같은 날 중국 선전에서 열린 제15회 중국 전국체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상대로 게임스코어 2-1(10-21 21-18 21-16) 역전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비록 랭킹은 왕즈이가 더 높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천위페이의 우승을 점쳤다. 천위페이는 이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최강자로 이번에도 승리했다면 사상 최초로 여자 단식 3연패 대기록을 쓸 수 있었다.
[사진]OSEN DB.
게다가 역대 전적에서도 천위페이가 압도적이었다. 넷이즈는 "예상대로 결승에서 맞붙은 왕즈이와 천위페이는 현재 중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선두 주자다. 하지만 왕즈이가 훨씬 뒤떨어져 있다. 상대 전적을 보면 천위페이가 11승 3패로 크게 앞서 있다. 최근 전적은 천위페이의 공포스러울 정도인 9연승"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1게임은 천위페이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천위페이는 7-3으로 치고 나가며 점수 차를 벌렸다. 그는 11-7로 휴식에 돌입했고, 계속 앞서 나가면서 21-1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왕즈이는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일궈냈다. 그는 두 번째 게임에서 6-1로 리드하다가 10-11로 역전당했지만, 18-18에서 내리 3점을 따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 게임에서도 12-15로 끌려가다가 15-15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연속 6득점을 올리며 21-16으로 최종 우승자가 됐다.
넷이즈는 "아무도 이번 결승에서 왕즈이가 이변을 일으킬 줄 몰랐다"라며 "천위페이는 15-12를 만든 뒤 귀신같이 1점에 그쳤다. 그의 마지막 공이 아웃되자 왕즈이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그리고 엎드려 통곡하며 양쪽 어깨가 심하게 떨릴 정도로 울었다. 이례적으로 관중석에 라켓 두 개를 던지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사진]OSEN DB.
마침내 생애 처음으로 전국체전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왕즈이. 그는 경기 후 두 차례나 눈물을 흘렸다. 우승한 뒤 눈물을 보인 것 역시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넷이즈는 "왕즈이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2017년 대표팀에 선발된 뒤 수많은 영예를 안았지만, 중요한 대회에서 참패했고 파리 올림픽 명단에서도 탈락했다. 그러나 여러 해의 노력 끝에 마침내 날아올라 전국체전 단식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후베이 소속 선수가 우승한 건 60년 만에 처음"이라고 짚었다.
왕즈이가 더욱 감정에 북받친 건 올해 안세영에 이어 세계 2위를 지키고도 우승과는 연이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2025년 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했으나 우승한 슈퍼 1000대회는 안세영이 발목 부상으로 기권한 7월 중국 오픈 하나뿐이다.
슈퍼 500 대회까지 범위를 넓혀도 5월 말레이시아 마스터즈와 9월 홍콩 오픈이 전부다. 반대로 준우승은 무려 7번이나 된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왕즈이가 유독 우승과 멀었던 이유는 안세영만 만나면 힘을 전혀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안세영과 상대 전적에서 통산 4승 15패로 압도적 열세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7번 만나 7번 모두 패배했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일 정도였다. 왕즈이는 지난달 덴마크 오프에 이어 프랑스 오픈에서도 안세영에게 발목을 잡혀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42분 만에 0-2(13-21 7-21)로 완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중국 팬들은 "바로 어제 천위페이가 안세영을 상대로 그렇게 잘 싸웠는데 어떻게 왕즈이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 건가?", "왕즈이는 정신력을 더 키워야 한다. 예전에는 좀 더 싸울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이제 7연패를 겪고 있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왕즈이가 참패한 뒤 낙담하지도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왕즈이는 자국에서 천위페이를 잡아내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비록 안세영이 출전하지 않은 대회이긴 했지만, 다음달 열리는 HSBC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대회를 앞두고 큰 자신감 충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